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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이태원 ‘평택 국제중앙시장’

입력 2019.06.17 10:22

  • 경기 평택·최인진 전국사회부 기자

연간 23만명의 내·외국인 찾는 명소… 기찻길 ‘나이트마켓’도 인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송탄역에서 내려 경기 평택시 신장동에 있는 미 공군 ○○부대 정문 쪽으로 10여분 정도 가다보면 국제중앙시장이 나온다. 1950년대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이 시장은 연간 약 23만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명소다.

나이트마켓을 찾은 20대 남녀가 아프리카 공예품을 파는 마차에서 타조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차보고 있다. / 최인진 기자

나이트마켓을 찾은 20대 남녀가 아프리카 공예품을 파는 마차에서 타조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차보고 있다. / 최인진 기자

국제중앙시장은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고 쇼핑과 맛, 즐거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시장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휴일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은 마치 외국 쇼핑단지에 온 듯한 느낌이다. 미군부대 정문 앞에 줄지어 들어선 199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들도 눈길을 끈다. 요즘의 ‘세련됨’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그 어느 공간보다 고풍스러움과 멋스러움이 흘러 넘친다.

이곳 시장은 일반 전통시장과 달리 기프트숍, 타투, 환전소, 양복점, 보세 의류·신발 및 가죽제품·티셔츠·기념품점 등 수백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몰려 있다. 20달러짜리 청바지와 5~10달러 하는 티셔츠를 파는 노점상들도 즐비하다. 산책 삼아 천천히 시장 골목을 다니다 보면 특이한 문양의 옷이나 밀리터리 소품 등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유명한 ‘송탄 부대찌개’의 고향

가죽제품 판매 점포도 많다. 대부분 20년 이상 된 곳이다. 기성복도 팔지만 맞춤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질 좋은 양가죽으로 만든 가죽점퍼는 청소년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구매층이 다양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20~30% 가량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을 포함해 내국인에게도 인기다.

미군부대 근처에 형성된 시장답게 부대찌개가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미제 소시지와 치즈를 넣은 ‘송탄 부대찌개’도 바로 이 시장에서 시작된 먹거리다. 칼칼하고 푸짐한 부대찌개도 좋지만 한국식 수제 햄버거는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 시장만의 자랑거리다. 두툼한 빵 사이에 고기패티, 햄, 계란프라이가 올라가고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는 평범하지만 프랜차이즈 햄버거와는 확연히 다른 익숙하면서도 강하게 끌리는 맛이다. 시장 중심 거리인 쇼핑로와 이어지는 골목마다 터키,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이 있다.

가장 ‘핫한’ 곳은 시장 입구를 가로질러 가는 275m 길이의 기찻길이다. 50여년 전 미군부대에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생겨난 이 기찻길에는 2012년부터 7년째 주말이면 ‘나이트마켓(Night Market)’이 열리고 있다.

시장상인회에서 운영하는 나이트마켓은 혹서·혹한기를 빼고 주말(토·일요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열린다. 철도를 따라 줄지어 선 20여개의 분홍색 마차 매대에는 핸드메이드 의류 및 액세서리와 가방, 캐릭터 상품, 공예품, 그리고 이색 먹을거리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상인들은 대부분 20~30대로 젊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이나 먹을거리를 파는 게 아니라 이벤트하는 것처럼 물건을 팔고 있어 쇼핑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주말 시장이 열릴 때마다 5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 기찻길은 지금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간헐적으로 미군부대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군 수송열차가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평소 보도로 개방되다가 기차가 지나가게 될 때면 운행 약 한 시간 전에 통행이 금지된다.

“이 팔찌 신상(품)이에요. 원래 만원 받아야 하는데 2000원 빼줄게요. 싸게 해서 8000원만 내요.”

미군부대와 연결되는 기찻길에 줄지어 들어선 나이트마켓 포장마차들이 불을 밝히고 저녁 장사를 하고 있다. / 최인진 기자

미군부대와 연결되는 기찻길에 줄지어 들어선 나이트마켓 포장마차들이 불을 밝히고 저녁 장사를 하고 있다. / 최인진 기자

청년 창업자에게 도전과 기회의 장

나이트마켓 입구 쪽에 자리를 편 케냐 출신 스테판(32)은 유창한 한국말로 흥정하며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문에 걸어두면 액운을 쫓는 ‘드림 캐처’와 타조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비롯해 기린, 거북이, 얼룩말 등 동물 모양의 아프리카 공예품도 팔고 있었다. 스테판은 “모두 아프리카 현지에서 수공예로 제작한 것들로 예뻐서, 특이해서 잘 팔리는 편”이라며 “팔찌나 목걸이는 20~30대 젊은층이, 공예품은 중년층이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마차에서는 중국 북경 대표 간식인 ‘탕후루’를 팔고 있었다. 생딸기에 설탕을 바른 탕후루의 바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평택에서 살다 안성으로 이사간 지 2년 됐다는 김영원씨(31)는 “평택에 살 때 사먹던 탕후루 맛을 잊지 못해 시간이 나면 아내와 함께 가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나이트마켓은 가게를 얻을 돈은 없지만 장사를 해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도전과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시험해볼 수 있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인 셈이다. 청년 일자리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년간 이곳 나이트마켓에서 장사를 하다 시장 안에 점포를 얻어 입점하면서 나름 성공한 청년 사업가들도 여러 명 있다. 햄버거 가게를 포함해 장난감, 액세서리, 바비큐, 떡볶이 가게까지 다양하다. 쭉 늘어진 손잡이를 누르면 귀가 쫑긋하고 올라가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인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를 개발한 권용태씨(30·월리샵 대표)도 나이트마켓 출신이다. 권씨 역시 지금 이곳 시장 안에 26.4㎡(8평) 남짓한 장남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캐릭터 석고방향제를 판매하는 홍이슬씨(31)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3년 만인 2016년 시장 안에 매장을 하나 차렸다”며 “나이트마켓은 돈 없고 장사 경험도 없는 우리 같은 청년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송두학 중앙시장상인회장(38)은 “미군부대가 주둔하는 평택은 서울의 이태원처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왕래하는 이국적인 도시”라며 “지역 특색을 살려 시장이 더 활기차게 돌아가고 청년에게는 희망이 넘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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