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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말’에 종말이 오는가

입력 2019.06.10 10:00

  • 김택근 시인·작가

예수는 그토록 서로 사랑하라 이르셨지만 인간들의 싸움으로 예수의 말이 사라진다니 진정 슬픈 일이다. ‘사랑의 예수’도 슬퍼하실 것이다. 우리 사는 지구촌에서 아람어 기도는 정녕 끊길 것인가.

시리아 알바브 외곽,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을 어린이들이 걷고 있다./AP연합뉴스

시리아 알바브 외곽,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을 어린이들이 걷고 있다./AP연합뉴스

멜 깁슨이 만든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최후의 만찬에서부터 예수의 부활까지를 담았다. 영화 속 최후 12시간의 화면은 처절하다. 온통 신음과 피의 범벅이다. 영화는 흥행을 거뒀다. 하지만 평은 극과 극이었다. ‘예수의 고통을 바늘 한 땀까지 재현해 낸 리얼리즘의 극치’라는 찬사 건너편에 ‘광신도가 만든 예수가 없는 예수 영화’라는 혹평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논란에도 영화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아람어(Aramaic)를 사용한 것이다.

아람어는 예수와 제자들이 사용한 ‘신의 언어’였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외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가 바로 아람어이다. 성경에서도 비길 데 없이 귀중한 장면이었기에, 그 순간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해야 하겠기에 예수의 아람어 외침을 그대로 옮겨놓고 그 뜻을 풀이해놓고 있다.(마태복음 27:46)

예수가 야이로 회당장의 12살 딸을 살릴 때에 “달리다 굼(소녀야 일어나라)”이라 말한 것(마가복음 5:41), 갈릴리 호수에 이르렀을 때 귀먹고 말더듬는 자를 치료할 때 하늘을 우러러 “에바다(열려라)”라 외친 것(마가복음 7:34)도 아람어다. 아람어는 원래 고대 시리아의 언어였지만 점차 사용인구가 늘어 예수의 시대에는 히브리어를 제치고 대다수 유대인들이 사용했다.

예수의 언어가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아람어는 다마스쿠스 외곽 말룰라 마을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말룰라는 기독교도들의 최초 정착지 중 하나로 시리아 기독교의 상징적인 곳이다. 아람어가 살아있는 땅이라서 순례자들의 높임을 받아왔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이런 ‘상징’을 파괴했다.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반군이 말룰라를 장악해 교회와 수도원을 파괴하고 약탈했다. 기독교도인 주민들은 정부군이 관할하는 다마스쿠스 쪽으로 달아났다. 다시 시리아군이 말룰라 일대를 탈환했지만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피란지에서 아랍어를 써야 했다. 아람어로는 빵과 우유를 얻을 수 없었다. 생존의 언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말은 사라질 뿐이다. 시리아 내전이 눈에 보이는 성소(聖所)와 더불어 무형의 성물(聖物)인 아람어까지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김택근

김택근

500만에서 1000만명 정도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만년 전에는 1만2000개의 언어가 존재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6000개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금세기 말에는 90%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금 지구촌에는 2주에 한 개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단다. 사라지는 언어 중에 예수의 언어가 들어 있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신의 언어일망정 인간이 말하지 않으면 죽은 말(死語)이 될 수밖에 없다. 예수의 말이 사라지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수는 그토록 서로 사랑하라 이르셨지만 인간들의 싸움으로 예수의 말이 사라진다니 진정 슬픈 일이다. ‘사랑의 예수’도 슬퍼하실 것이다. 우리 사는 지구촌에서 아람어 기도는 정녕 끊길 것인가.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신의 말은 이대로 묻힐 것인가. 그것도 우리 시대에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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