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2회까지만 지켜봐달라.”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연출하는 김원석 PD는 지난 5월 2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에게 간절히 청했다. 그의 부탁대로 일단 2부까지 봤다. 한 번 시청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한 차례 더 본 뒤 가까스로 그들이 말하는 ‘세계관’에 진입할 수 있었다.
tvN <아스달 연대기>
<아스달 연대기>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다. 상고시대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낯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네안데르탈인에서 따왔다는 뇌안탈이나 사람과 뇌안탈의 혼혈 이그트, 그리고 언어학자를 섭외해 만들었다는 뇌안탈의 언어는 새로움을 넘어 얼마간의 혼란을 안겼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인 아스달, 이아르크 같은 새로운 지명을 외우는 것도, 아스달에 사는 새녘족(군사와 농경담당), 흰산족(제례주관), 해족(청동기술 보유)과 이아르크에 거주하는 와한족(수렵과 채집을 하는 씨족사회 부족) 등 각 사람들이 속한 부족을 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과제다.
물론 이 과정을 넘어 2회까지 시청한다면 비로소 이들의 세계관에 접근하게 된다. 주제의식은 사람과 뇌안탈의 대전쟁에서 무백(박해준 분)의 대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람에겐 불이 있었고 칼과 무예가 있었고 계략과 음모가 있었고 탐욕을 채우는 의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타곤이 있었다. (중략) 우린 이겼지만 두려웠고, 그래서 잔인해졌다.”
잔인해진 사람은 시스템(국가)을 만들고 영토를 넓히기 위해 거침없이 타인을 해한다. 중세와 현대사를 거쳐 반복돼 온 참극이 상고시대 ‘아스달’이라는 땅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 “이 드라마는 송중기와 김지원이 한 편을 먹고, 장동건과 김옥빈이 또 다른 편을 먹어 싸우는 이야기”라는 박상연 작가의 설명은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탐욕이 분열을 조장한 사회에서 대통합을 이뤄내는 과정이 <아스달 연대기>의 궁극적인 메시지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신라와 조선을 거쳤던 두 작가진은 아예 가상의 판타지 세계를 통해 분열된 한국 사회에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문제는 수많은 플랫폼이 선보이는 콘텐츠 전쟁 속, 굳이 세계관을 공부하고 이해할 만큼 <아스달 연대기>가 매력적인 콘텐츠냐는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선뜻 ‘예스’라고 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실망인 건 거창한 기획의도, 메시지와 달리 드라마 외적으로는 전혀 대통합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1일 25시간 이상 노동 강요, 근로계약 미체결, 해외촬영 사고 은폐 등 사건·사고도 역대급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오자 사회자는 “보도자료로 대체했다”고 답을 회피했다. 그 자리에는 넷플릭스가 초청한 아시아 20여개국 외신기자들도 함께 있었다. 54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제작진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 540억원의 대부분은 스타 제작진과 톱스타 출연진에게 돌아갔을 터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