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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리 비단물길 이야기를 담다

입력 2019.05.31 15:07

  • 장수·박용근 전국사회부 기자

전북 장수군 ‘생명의 물’ ‘풍요의 물’ ‘안전한 물’ ‘힐링의 물’ 4개 테마로 스토리텔링

전북 장수에는 ‘수분재’가 있다. 말 그대로 물이 나뉘는 고개다. 장수읍에서 남원 방향 19번 도로로 약 8㎞ 정도 가면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이 줄기가 수분재다. 해발 600m의 재 옆 마을은 수분마을 또는 물뿌랭이 마을이라고 부른다.

덕산계곡/장수군 제공

덕산계곡/장수군 제공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이 재의 한가운데 외딴집이 있었다. 비가 내리면 이 집 지붕 처마의 남쪽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금강으로 흘러갔다. 장수가 물과는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곳임을 암시하는 곳이 수분재다.

장수라는 지명은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만큼 높고 수려한 산세와 굽이굽이 휘도는 물길이 길게 이어져 있는 고장이다. 장수(長水)라는 군 지명 역시 긴 물줄기를 뜻한다. 이 지역 6개 읍·면 가운데 5곳의 지명은 물을 의미하는 수(水)와 계(溪), 천(川)이 들어간다. 장계(長溪), 계남(溪南), 계북(溪北), 천천(天川)면인데 모두 물을 끼고 있다.

수려한 산세와 계곡을 휘감는 물길

물과 산 등 천혜의 경관을 보유하고도 인구가 2만3000여명에 불과한 장수군이 이를 가만히 두고볼 리 없었다. 장수군은 올해 물을 스토리텔링해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일을 벌였다. 흐르는 물길을 3000리 비단물길로 구분하고 이야기를 덧씌운 것이다. 장수군은 수려한 산세와 계곡의 고장으로 유명했지만 정작 물에 대한 관심과 개발은 소홀했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장수군의 물길을 3000리 비단물길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1000리 물길은 지정하천을 의미한다. 185개소 하천 길이가 396㎞에 이르는 물길이니 1000리가 된다. 여기에 최근 세천(細川)지도가 제작됐다. 지정하천은 아니지만 고을 곳곳을 휘감는 작은 하천을 발품을 팔아 정리해 지도로 만들었다. 확인된 것만 710개소 373㎞다. 이 세천이 또 다른 1000리 물길을 이룬다.

마지막 1000리는 금강 줄기다. 금강 발원지는 수분재 옆 장수 뜬봉샘이다. 이곳에서 시작돼 군산하구둑과 서해까지 이르는 금강 물길 길이가 1000리에 이른다. 금강 물길은 신비하다. 산꼭대기 뜬봉샘에서 발원해 진안 용담댐과 무주를 거쳐 대청호에 머물다가 서쪽으로 물길을 돌려 세종, 공주, 부여 등을 거쳐 군산하구둑을 통해 서해까지 물길이 달린다.

장수군을 마치 혈류처럼 흐르는 2000리 물길에 서해까지 생명을 전달하는 금강 물길 1000리가 더해져 3000리 비단물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3000리 비단물길의 가치는 단지 길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물길이 장수에서 만들어진 물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여느 물길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산세가 높아 다른 곳에서 물이 흘러 들어올 수 없기에 모든 물이 장수에서 생성된다. 2000리를 굽이 돌고 돌다 서해에 1000리 물길을 열어 준다. 장수는 물이 태어난 곳, 물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이 여기서 나온다.

장수군은 3000리 비단물길에 4가지 이야기를 담아냈다. 물을 자랑하고, 물을 보여주며, 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3000리 비단물길 스토리텔링이다.

4가지 테마는 물의 시작과 전설이 있는 ‘생명의 물’과 장수를 잘살게 해주는 ‘풍요의 물’, 물 본연의 모습을 찾게 해주는 ‘안전한 물’, 장수를 찾게 하는 ‘힐링의 물’ 등이다.

장수읍에 위치한 의암호 전경/장수군 제공

장수읍에 위치한 의암호 전경/장수군 제공

태조 이성계가 백일기도 올린 뜬봉샘

‘생명의 물’은 금강의 시작점인 뜬봉샘이다. 뜬봉샘이 위치한 수분리는 금강과 섬진강이 나뉘어 흐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뜬봉샘에서 솟아오른 물은 금강의 젖줄일 뿐만 아니라 섬진강의 1·2지류인 오수천과 요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백일기도를 올렸던 곳으로 유명한 뜬봉샘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소다. 이는 뜬봉샘이 한반도 1000리 물길을 가로지르는 금강의 시작점으로 한반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풍요의 물’이다. 장수의 물길은 장수가 생산하는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풍요의 상징이다. 장수군은 세천을 합쳐 895개 하천이 2000리에 걸쳐 마치 우리 몸의 혈관처럼 곳곳에 퍼져 있다. 여기에 5000만톤의 물을 담수할 수 있는 동화댐을 비롯, 80개의 댐과 저수지는 장수군에 풍부한 수자원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안전한 물’ 이야기이다. 장수군은 전북에서는 최초로 지난 2월 세천지도 제작을 완료했다. 세천은 폭 1m, 길이 50m 이상인 천(川)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해 710개가 확인됐다. 세천지도 작성은 체계적으로 물을 관리해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재난으로부터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장수군은 안전한 물관리가 장수를 장수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수군이 유독 하천유지관리사업과 재해예방사업, 소하천정비사업 등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실제 장수군은 지난해 하천분야 최우수 시·군에 선정됐고, 지역안전도도 1등급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네 번째는 ‘힐링의 물’이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천혜의 자연경관과 청정 휴양지에서 사람이 힐링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장수군 2000리 물길에 위치한 방화동 가족휴가촌과 와룡 자연휴양림은 사계절 최적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은 전국 최초의 가족단위 휴양지로 1988년 조성됐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토옥동계곡과 지지계곡, 덕산 용소계곡 등이 마음을 씻어 준다. 용소계곡은 용이 살았다는 2개의 용소와 10여곳의 소(沼)로 이뤄져 있다.

이 물길 안에는 번암 요천의 두꺼비바위와 천천 금강의 장독바위·타루비·봉황대 등이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계북 양악천 용연정·구암정, 장계천 자락정, 계남 유천의 벽남정 등에서 선조들의 풍류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장영수 군수는 “이곳에는 깨끗한 물, 긴 물줄기의 시작을 뜻하는 장수라는 넘볼 수 없는 청정 브랜드가 있다”면서 “지형적 특성, 지명의 유래, 문화와 관광, 좋은 물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물과 연계해 독보적인 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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