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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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코뿔소

입력 2019.05.31 15:06

  • 김택근 시인·작가

사라진 동물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구가 오직 인간들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죄악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식물들을 함부로 죽이며 너무도 태연하다.

경향DB/외부제공

경향DB/외부제공

말레이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수마트라 코뿔소 수컷이 폐사했다. 언론은 수마트라 코뿔소 ‘탐’이 신장 및 간 부전으로 치료를 받다가 동물보호소에서 죽었다고 보도했다. 이제 수마트라 코뿔소는 ‘이만’이라는 이름의 암컷 한 마리만 남았다. 암컷 역시 심한 자궁근종을 앓고 있다고 한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죽음이 곁에 와 있다고 한다. 수마트라 코뿔소는 한때 동남아 전역에 서식했던 흔한 동물이었지만 이제 지구에 100마리도 남아있지 않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최근 수년간 야생 수마트라 코뿔소가 목격되지 않았다. 사실상 멸종이다.

코뿔소는 수마트라 외에도 흰코뿔소, 검은코뿔소,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가 있다. 검은코뿔소 외에는 모두 멸종위기에 있다. 이러한 비극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코뿔소의 뿔은 약용 및 조각 재료로 귀중히 여겨졌다. 인간들은 하나의 뿔을 얻기 위해서 코뿔소 한 마리를 죽였다.

코뿔소는 수천만 년 전부터 지구를 휘젓고 다녔다. 암각화나 오래된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처럼 그 모습이 범상치 않다. 피부가 두껍고 어깨에는 갑옷을 두른 듯하다. 코뿔소의 생김새와 살아가는 습성은 많은 수행자와 예술가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불교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은 우리 시대에 여전히 빛나고 있다. 무소들이 사라져도 ‘무소의 뿔’은 싱싱하게 남아 우리 가슴을 찌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포획으로 절멸한 동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자 중의 사자였던 바바리 사자도 우리 곁을 떠났다. 로마제국은 세상에서, 바바리 사자는 숲에서 가장 강했다. 최강국 로마의 시민들은 검투사와 바바리 사자의 대결을 즐겼다. 검투사가 죽거나 사자가 죽었다. 피의 축제였다. 이를 위해 바바리 사자가 잡혀왔다. 결국 가장 힘센 사자는 인간에게 쫓겨 모로코 북부의 아틀라스 산맥에 숨었다. 그렇게 바바리 사자에게 평화가 왔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바바리 사자의 털을 노린 무리가 산속을 뒤졌다. 그리고 1922년 포수 하나가 마지막 바바리 사자를 끌고 산을 내려왔다.

뉴질랜드 불혹주머니찌르레기는 인간의 장식품으로 남획되어 사라졌다. 뉴질랜드 원주민들은 신성한 의식이 있을 때 이 새의 꼬리깃을 머리에 꽂았다. 흰 꼬리 깃털은 길고 우아했다. 영국의 요크라는 사람이 뉴질랜드를 방문했다가 선물받은 불혹주머니찌르레기의 깃털을 모자에 꽂았다. 모두 보기 좋다고 했다. 이 무심한 행위가 새의 절멸을 가져왔다.

김택근

김택근

유럽의 귀족들이 너나없이 요크처럼 모자에 새의 깃털을 꽂았다. 찌르레기들은 잡혀서 오직 모자 깃털이 되어야 했다.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더니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1907년 겨울에 봤다는 사람이 마지막 목격자였다.

사라진 동물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구가 오직 인간들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죄악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식물들을 함부로 죽이며 너무도 태연하다. 후손들의 땅을 빌려 쓰고 있기에 그 속의 생명붙이도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아직 남아있는 코뿔소들에게 노래를 보낸다.

“코힘을 힝힝, 뒷발을 힘차게 차고 달린다. 코뿔소! 뒤돌아볼 것 없어. 지나간 일들은 이미 지난 일. 저 멀리 봐, 저 멀리 앞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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