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갖고 오지만 기피업무 대물림과 격무에 교사로서의 회의 늘어
교사는 그동안 아이들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 1~2위를 유지해 왔다. 대학입시에서도 교대와 사범대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등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많은 과목에서 수십 대 1을 넘어온 지 오래다. 반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명예퇴직 교사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임용시험을 통과하고도 우울감을 호소하다 교단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도 있다.
일러스트 김상민
왜 신규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임용시험제도와 교육현장 사이의 모순이 내포돼 있다.
현행 교사 임용시험의 출제 내용은 상당 비중이 전공분야의 교과 지식이다. 기본적으로 교육과정 해설서의 주요 부분을 통째로 암기해야 한다. 초등은 교과서의 지엽적인 암기형 지식을, 중등은 영재고 수업 수준 이상으로 대학생도 풀기 어려운 세부적인 전공지식을 제한시간 내에 정확히 써낼 수 있어야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1차 시험 합격권 내에 드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임용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한 지식 암기와 문제 풀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험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은 점차 암기를 통한 선다형 문제풀이의 지필시험 위주에서 벗어나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능력 신장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들은 인성과 생활지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임용과정에서 이 부분에 탁월한 교사를 가려낼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임용시험이 정말 훌륭한 교사를 가려내고 있는지 타당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교원 양성 및 선발 절차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다.
임용시험 제도와 교육현장의 모순
이런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라도 교대와 사범대의 교육과정이 운영되면 그나마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그러나 학교현장뿐만 아니라 임용시험과 동떨어진 기초학문과 이론 위주 과목의 비율이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 결국 많은 수험생들은 노량진 등의 고시촌과 인터넷 강의로 몰린다. 학생들을 사교육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공교육 교사가 되기 위해서 많은 예비교사들이 수년간 사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흔히 ‘교생’이라고 불리는 교육실습생 제도도 아쉬움이 많다. 졸업 시까지 초등은 대략 4회에 걸쳐 9주 정도, 중등은 4학년 때 1회 4주가 전부이다. 교대나 사범대 부설학교로 배정받으면 비교적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떤 지도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실습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이미 행정과 생활지도 등 격무에 시달리는 현직 교사들에게 교생이란 또 하나의 업무부담이 되기 십상이다. 중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실습생 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잘 공유되지 않아, 학교 운영을 겉핥기로 구경하거나 지도교사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는 도제식 교육이 되곤 한다. 이때 선배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꺼리거나, 선배 교사가 들어가기 싫은 반 수업을 다 맡겨버리기도 한다. 행정처리나 채점 등 잡무에 대한 지도를 넘어 떠넘기기로 변질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생을 학생들 다루듯 통제하고 야단치는 선배 교사 등을 만날 경우 예비 교사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제가 신규였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필자가 진행했던 어느 지역 신규 1~3년차 교사 대상 연수에서 교사들의 하소연을 지켜보던 담당 장학사의 한탄이었다. 신규 교사들은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일주일 정도 집체강의 위주의 신규연수만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이런 최소한의 연수조차 없다. 운 좋게 주위에 좋은 선배 교사를 만나면 멘토링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교사들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자신이 버티기에도 너무 바쁘고 힘들다.
교사 세대 간에도 소통이 쉽지 않은 구조다. 학교의 비교육적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면 사정없이 동조압력이 들어온다. 선배 교사들은 “우리 땐 더 심했어”라며 자신도 힘든 격무를 몰아주고,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않기도 한다. 무슨 업무인지도 모르는 신규 교사라도 일단 업무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책임은 온전히 해당 교사의 몫이 되곤 한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결국 신규 교사들도 자신이 실망했던 선배의 모습을 점차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 통과의례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구조적으로 방치한다면 문제다. 힘들고 오랜 수험기간을 거쳐 교사가 됐다는 합격의 기쁨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국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교사가 지치면 이는 개인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많은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학생들과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신규 교사들이 갖고 있는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더라도 이들은 교육현장의 베테랑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에서는 기존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지역, 학년, 학교폭력 담당교사 같은 기피업무 자리를 비워뒀다가 2월에 발령받은 신규 교사를 그 자리에 앉힌다. 신규 교사가 아니면 전입·복직한 교사 또는 기간제 교사가 그 자리를 채운다.
필자가 임용된 2012년 당시 기피지역 위주로 혁신학교가 지정됐다. 그러자 해당 지역의 교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는 누가 들어왔을까. 신규 교사로 채워졌다. 젊은 교사들의 열정으로 혁신의 성과가 높아진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요즘은 학부모 민원 급증으로 인해 기피지역이 된 강남·서초지역 초등학교의 1~4년차 교사 비율이 서울에서도 1위가 됐다. 현직 교사도 어려워하는 부분을 신규 교사로 채우면 악순환만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각종 시도는 있다. 신규·전입·기간제 교사에게 기피업무를 최대한 맡기지 않는 방식의 인사규칙을 만드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신규 교사에게 돌아가지 않은 기피업무는 기존 교사들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결국 떠맡게 되는 학교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틀은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맡은 업무만 과중하게 느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세대 간 갈등은 교육현장에서도 유효하다.
그래도 최소한 우리가 느꼈던 선배 교사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후배 교사들에게 대물림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 교사들의 과업은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하며 학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피업무를 누구에게 어떻게 나눠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런 잡무 자체를 없앨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신규 교사 역시 최신 정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선배 교사들의 지혜와 경륜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 연수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변모하고 있다. 교대와 사범대 교육과정과 평가에도 좀 더 현실적인 교육현장을 배울 수 있도록 현직 교사의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임용시험을 치른 후에도 일정 기간 수습과정을 거치고, 수석교사 등을 통한 체계적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는 훌륭하고 열정적인 교사 개인 한 사람의 노력에 기대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지치기 전에 교사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