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은 침팬지들이 나무에서 작은 가지들을 꺾어 잎을 떼어 낸 뒤 그 가지를 흰개미탑의 구멍에 밀어넣는 것을 목격했다. 도구를 만든 것이다. 1960년대 당시에 인간을 특정짓는 속성은 푸르른 지구의 수많은 피조물 가운데 유일하게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도구를 만드는 인간’이라 불렀고, 도구를 만드는 기술이 나머지 모든 생물과 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훗날 제인의 관찰 결과를 ‘20세기 학문의 위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캐런 카보 지음 <만만찮은 여자들>에서)
제인 구달 / 김영민 기자
제인 구달은 26살에 숲으로 들어갔다. 침팬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침팬지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제인은 실망하지 않고 침팬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인간의 냄새를 지워야 가능했다.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멋진 흰색 수염을 가진 수컷이 나타났다. 그리고 조심스레 제인에게 다가왔다. 인간과 침팬지가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제인은 그 수컷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수컷이 데리고 온 다른 침팬지들에게도 일일이 이름을 붙였다. 침팬지들은 제인 구달의 순수한 마음을 알았다. 그렇게 동물을 사랑했던 소녀는 침팬지의 친구가 되었고, 나중에는 그들의 어머니가 되었다.
이전에도 침팬지를 연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거의 남성 학자들이었다. 그들도 침팬지를 찾아 나섰지만 그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제인만이 침팬지와 악수를 나눴다. 학자들은 침팬지를 오로지 연구대상으로만 삼았으나 제인은 그들을 사랑했다. 그 사랑이 침팬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인 구달은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밀림의 현장에서 침팬지들의 모든 것을 지켜봤다. 제인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지구촌으로 퍼졌고, 제인의 보고서는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은 비로소 그들의 참모습을 알게 되었다. 또 숲속의 침팬지들이 서식지를 잃고 절멸위기에 처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자 한 사람의 사랑이 기적을 일으켰다. 바로 침팬지를 살리자는 지구촌의 공명(共鳴)이었다. 알아야 관심을 갖고, 관심을 가져야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와야 공존할 수 있었다. 제인 구달과 침팬지의 숲속 동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김택근
제인 구달이 관찰한 침팬지는 인간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슬픔, 괴로움, 질투 등 모든 감정에 시달리며 정글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인은 침팬지도 사냥과 육식을 하며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인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책상머리의 학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캐런 카보는 제인 구달을 세상의 룰을 깬 ‘결의에 찬 여자’라고 찬했다. 그녀의 결의에 찬 행동이 우리 세상을 더 우아하게 만들었다.
우리 땅에도 제인을 닮은 이들이 있다. 바로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살피는 종복원기술원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지리산 일대에는 지금 60마리가 넘는 곰들이 살고 있다. 곰들이 뛰놀고 있는 산, 이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곰들과 헤어질 때 사육사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그 사랑으로 지리산의 작은 기적이 완성되었다. 그 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사랑은 기적을 불러오고, 그 곰이 다시 봄을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