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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란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둔 걸까?

입력 2019.02.25 14:41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초과세수는 세금을 더 걷은 것이 아니라 예산을 짠 것보다 많이 걷힌 것이다. 계획보다 많아서 초과한 세수라고 하는 것이다. 예산을 적게 잡으면 똑같은 세금이 걷혀도 초과세수가 되고 많이 잡으면 세수가 부족하게 된다.

‘국세, 예산보다 많이 걷혀’, ‘초과세수 사상 최대’.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앞줄 오른쪽)과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앞줄 왼쪽)이 2월 8일 오후 서울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8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에서 마감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앞줄 오른쪽)과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앞줄 왼쪽)이 2월 8일 오후 서울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8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에서 마감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결산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도내용이다. 2월 초 정부는 2018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하면서 작년에도 초과세수로 25조4000억원이 걷혔으며 이 중 쓰임이 정해지지 않은 순수한 세계잉여금만 13조20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말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은 것일까? 국민들은 경기침체로 아우성인데 정부만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표현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프레임이다. 우선 초과세수는 세금을 더 거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짠 것보다 많이 걷힌 것이다. 계획보다 많아서 초과한 세수라고 하는 것이다. 예산을 적게 잡으면 똑같은 세금이 걷혀도 초과세수가 되고 많이 잡으면 세수가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큰 폭의 초과세수 발생 원인은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과 예측 실패의 이유가 혼재돼 있다.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예측에 실패하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이렇게 ‘무능’이라는 단어까지 쓸 수밖에 없는 것은 3년째 과도한 초과세수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급여총액이 13% 증가하는 동안 1억원 초과 연봉자의 근로소득 세액은 35% 늘어났다. 즉, 고소득자가 훨씬 더 많이 번 것이다. 또한 부동산 안정대책 등 정책목표를 세입에 반영하는 등 정치적 조정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부동산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해 세입을 적게 예측하면 초과세수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세입추계 작성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공개해 검증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결과가 나온 다음 비판하는 것보다는 추계모델(과정)을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또한 예측보다 대응이 더 중요하다. 변화된 경제환경에 따라 세입추계를 국회 심의과정에서 수정해야 한다. 2017년도 국세 세입예산 액수는 2016년도 결산보다 오히려 3000억원 적은 수치다. 중간에 충분히 세입이 얼마 걷히는지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음에도 보수적으로 추계하는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정부의 초과세수는 민간자금을 위축시킨다. 정부 재정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민간자금을 위축시키는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더욱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확장재정이라는 정책 이면에는 이렇게 왜곡된 재정현실이 있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세수결손은 돈을 더 많이 쓴 것처럼 보이고, 세수초과는 더 많이 거둔 것으로 프레임이 설정된다.

재정건전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지출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아끼기만 하다가는 정책 타이밍을 놓쳐 나중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건도 바로 이런 아끼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재정관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의 진정성과는 무관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세수추계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우리도 모델을 공개해 오류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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