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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까지 점령한 ‘쇼 기자’

입력 2019.02.25 14:40

  •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그래서 OOO 기자님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익숙한 얼굴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친한 동료기자가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썰’을 풀고 있었다. 한때 ‘쇼 (Show) 닥터’, ‘쇼 변호사’가 TV를 점령한 시절이 있었다. 각종 건강정보를 전달하거나 분쟁이 있는 사안에 대한 법률적 지식을 전달하는 의사와 변호사들을 지칭하던 단어다. 이들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나 뉴스의 단골 출연자로 꼽혔다.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E채널 예능프로그램 ./E채널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E채널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기자들>./E채널

요즘 방송에서는 ‘쇼 기자’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기자들의 TV 출연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 왔다. 주로 취재과정, 특히 특종의 뒷이야기를 짧은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은 아예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A군 B양으로 시작하는 이니셜 토크를 내세운 케이블 채널 예능 프로그램이나 흘러간 옛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종합편성채널 토크쇼는 제법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다른 종합편성채널에서 현재 방송 중인 기자 출연 토크쇼 역시 상당한 인기다.

기자는 연예인 패널들보다 출연료가 낮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제작비 절감효과를 얻는다. 기자 입장에서는 매체 환경이 각박해진 상황에서 TV 출연을 통해 존재감을 알릴 수 있고, 월급 외 출연료라는 부수입까지 생기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직접 취재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취재한 것마냥 방송에서 언급하는 것이다. 뉴스 전문 채널에 출연한 한 기자는 “생방송 중 앵커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대해 물어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 외 기사의 이면을 자극적으로 파헤쳐 시청률을 올리려는 제작진의 꼼수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언변이 화려한 기자를 선호하다 보니 일부 제작진은 이들에게 자신들이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대본을 쥐어주고 읽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아예 취재현장을 떠났거나 제대로 된 기자 훈련을 받지 않은 기자들을 출연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업 방송인으로 뛰는 기자가 늘어나고 기자로 전업해 기자 출연 방송 프로그램을 독식하는 개그맨까지 생겨났다.

기자, 특히 연예부 기자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건 대중이 그만큼 뉴스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뉴스 외 진실이나 연예인에게 두 얼굴이 숨겨졌을 것이라는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아예 TV를 넘어 유튜브에서 직접 채널을 개설한 전직기자까지 생겨났다. 팩트를 교묘하게 피하면서도 ‘황색저널리즘’의 끝판왕을 달리는 기자 출신 유튜버를 보면서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명칼럼 제목을 빌려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기자는 되지 못할지언정 ‘기레기’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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