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투자’의 속도를 내고 일자리 등의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이슈가 부상했다. 예타 제도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이는 한마디로 사업의 타당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에서 타당성 조사를 하게 하면, 대부분 타당하다는 보고서가 올라올 수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예산낭비 문제가 부각된 데다가 타당성 조사 문제가 부각되면서 강력한 예방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1999년 5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조사하자는 취지로 예타 제도가 도입됐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 대상에 서부경남KTX가 포함된 1월 29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입구에 이를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예타는 세계적인 재정관리 우수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까지 예타에서 걸러진 사업은 237개이고 규모는 137조원에 이른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121조원을 절감했다. 그런데 예타의 판단기준은 비용편익에만 있지 않다.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지수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이를 위해 AHP(계층화분석법)를 사용한다. 따라서 예타 때문에 지역균형 관련사업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눈여겨볼 것은 예타의 면제조항이다. 국가재정법(제38조 제2항)과 시행령(제13조의 2)에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이 면제조항의 근거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5개 면제항목을 10개로 늘렸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또 과거 예타 면제 대표 사례들을 보면 일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광역별 30개 선도 프로젝트 중 21개를 예타 없이 추진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예타 면제를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17개 시·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건에 70조원가량의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시민단체들은 최소 19조원에서 최대 41조원에 이르는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돼 있다. 가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남북내륙철도(5조3000억원)는 올해 철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예타 결과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MB 따라하기인가, ‘내로남불’인가. 국가안보, 남북교류, 재난예방, 문화재 복원 같은 사업들은 설득이 되지만 SOC가 시급한 사안도 아니다. 꼭 필요하다면 예타를 거쳐서 시행하면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투자’의 속도를 내고 일자리 등의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수치상의 부양효과는 일시적으로 있을 것이다. 예타 면제를 두고 선심성이라는 논란이 이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지역에 선물을 나눠주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원칙을 허무는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도 토건사업을 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경제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면서, 지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간이 예타를 통해 최소한의 연구를 진행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한다는 것은 어리석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