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가진 여성 무명가수가 우연히 남성 톱스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스타가 된다. 이제는 낡아 보일 수도 있는 할리우드식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이지만 상업적으로는 여전히 유효했다. 1937년 상영된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 나왔다. 메가폰을 잡은 브래들리 쿠퍼 감독이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함께 열연했다. ‘스타 이즈 본’은 직역하면 ‘스타탄생’이다.
작사·작곡 능력에 놀라운 가창력을 지닌 앨리는 동네 식당의 웨이트리스다. 우연히 앨리의 동네 클럽 공연을 지켜본 톱스타 잭슨 메인은 그녀의 능력을 단번에 알아본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콘서트 무대에 데뷔시킨다. 앨리는 대형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승승장구. 그래미 신인상까지 수상한다. 하지만 앨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잭슨은 무너져간다. 스타 시스템 속에서 변질된 그녀에 대한 실망, 성장기에 겪었던 내적 상처, 귓속 이명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그는 술과 마약에 빠진다.
앨리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감히 스타의 꿈을 꾸지 못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음악 쪽 사람들은 내 코가 너무 커서 넌 안될 거라고 했어요. ‘목소리는 좋은데 생긴 것은 별로네’라고 얘기해요.” 앨리의 아버지도 기를 죽인다. “내 딸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다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야.” 이른바 ‘스티그마 효과(낙인효과)’다. 스티그마 효과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말을 계속해서 들으면 자신의 행동도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안될 거야’라는 자기부정은 실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진다. ‘스티그마’란 불에 그을린 인두로 가축의 등에 찍은 낙인을 말한다.
교육심리학에서는 ‘골렘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사가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 학생은 실제 성적도 좋지 못하게 나오는 현상이다. 골렘은 영혼이 없는 흙덩어리 인형이다.
잭슨은 달랐다. 그는 앨리의 콧날을 손으로 훑으며 말한다. “당신 코는 정말 예뻐요. 복코예요.” 덧붙여 말한다. “내 식대로 음악을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것은 재능이 있다는 거예요. 해보지 않고는 몰라요.” 잭슨의 찬사는 ‘피그말리온 효과’로 나타난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자신 혹은 타인에 준 긍정적인 믿음이나 기대가 영향을 줘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과 같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이다. 아프로디테(비너스)는 나그네를 박대하는 키프로스 섬의 여인들에게 분노해 여인들이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도록 하는 저주를 내린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의 방탕함에 탄식하며 홀로 살다 자신이 상아로 만든 조각여인을 사랑하게 됐다. 그는 그 조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프로디테의 축제날,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진짜 여자가 되도록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감복해 조각상을 여인으로 만들어줬고,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과 결혼한다.
교육심리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로젠탈 효과’로 불린다. 1964년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이 직접 실험해보니 담임교사가 ‘이들은 지적능력이 뛰어난 아이’라고 지정해준 그룹의 성적이 8개월 뒤 실제로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제 아이들의 지적 능력 차이는 없었다.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당신은 정말 끝내주는 싱어송 라이터예요.” 잭슨의 감미로운 고백은 잔잔했던 앨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레이디 가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열연은 눈부시다. 그가 직접 부른 OST ‘셸로우(Shallow)’는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76회 골든글러브 주제가상을 받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레이디 가가의 본명은 뭘까. 좀 길다. ‘스테파니 조안 안젤리나 저마노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