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 이외에 교육훈련비가 있어야 제대로 연수를 하는데 지금은 여비만 편성하는 관행이 있다. 교육, 통역 등 공부를 위한 비용은 아예 편성돼 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노는 돈밖에 없는데 논다고 욕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예천군의원 전원사퇴추진위원회가 1월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군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에서 시작된 해외연수 문제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공론장’이 되어버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의원(지방의원) 폐지 청원’이 등장했다. 정치혐오가 심한 국민 정서에 1인당 최대 650만원까지 연수비를 ‘셀프’ 인상한 지방의원들의 행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금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70% 이상이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에서는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마치 지금까지는 몰랐다는 것처럼 예천군의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개선안을 발표한 것이다. 공무 해외연수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비용을 환수하는 규정도 마련한다고 한다. 또 앞으로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심사하는 위원회 위원장도 민간에서 맡게 한다고 한다. 기존에는 의원 스스로 국외여행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승인하고 가는 ‘셀프심사’를 하는 의회가 243곳 중 153곳이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해외연수의 내용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정치혐오에 기반한 ‘미운 놈들 욕하기’ 여론에 편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수비가 제대로 책정됐는지보다는 연수를 가는 자체가 못마땅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증원이 필요함에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도 보인다.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버리면 질적으로 개선하라는 요구는 나올 수 없게 된다.
이래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선 해외연수 예산편성을 살펴보자. 여비 이외에 교육훈련비가 있어야 제대로 연수를 하는데 지금은 여비만 편성하는 관행이 있다. 교육, 통역 등 공부를 위한 비용은 아예 편성돼 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노는 돈밖에 없는데 논다고 욕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의원뿐 아니라 단체장과 공무원 연수도 살펴봐야 한다. 지나치게 자주 해외연수를 가는 단체장도 많고, 공무원 연수도 외유성이 대부분이다. 정부 부처 공무원은 산하 부처의 돈으로 연수를 가기 때문에 개인 여비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1년에 다섯 차례 가까이 외국에 나가는 단체장들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무엇을 배워 왔고 어떻게 행정에 적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크게는 선출직, 일반직 가릴 것 없이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를 대수술해야 한다. 해외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수천억 원이다. 시민 감시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후보고는 의무화해야 한다. 비용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책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돈을 제대로 주고 공부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아니면 아예 ‘놀자판’ 연수는 못가게 하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산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목적이다. 그리고 목적에 맞게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잠시 덮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