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KBS PD들의 이적 러시가 이어졌다. KBS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서수민 몬스터유니온 본부장을 비롯, <1박 2일> 출신 유호진 PD, 유일용 PD, <건반 위의 하이에나>의 남성현 PD 등 간판급 예능 PD 들이 회사를 떠난다. 행보는 각각 다르지만 이유는 동일하다. 공영방송 KBS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수민 전 몬스터유니온 본부장(왼쪽), 유호진 PD(오른쪽) / KBS제공·이석우 기자
KBS는 자사 스타 PD 이적을 막기 위해 2016년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KBS와 KBSN, KBS미디어 등이 공동 출자한 외주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다. 하지만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몬스터유니온은 3년 동안 이렇다 할 만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했고 당기 순손실도 53억원(2017년 기준)에 이르렀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서수민 PD는 몬스터유니온의 예능본부장이다. 서 본부장은 1995년 KBS에 입사해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3년간 ‘KBS맨’이던 서 본부장은 장시간 한 직장에 몸담아온 이들이 그렇듯 회사에 대한 애증이 깊다. 애정이 남아있지만 공영방송 특유의 답답함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그의 독립을 부추겼다.
지난해 사측에 사의를 표했고 장시간 계속되는 줄다리기 끝에 몬스터유니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제작사를 차린다.
서 본부장과 함께 몬스터유니온 창립 멤버인 유호진 PD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유 PD는 <1박 2일> 메인연출을 맡은 후 몬스터유니온으로 적을 옮겨 <최고의 한방>, <거기가 어딘데??> 등 실험적인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몬스터유니온이 최근 드라마 제작에 주력하기로 결정하면서 유 PD도 사의를 표했다. 방송가는 그가 나영석 PD가 몸담고 있는 tvN으로 옮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S의 인재 유출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PD인 tvN의 나영석 PD와 신원호 PD를 비롯, 이명한 tvN 본부장, 김석현 tvN 기획제작총괄, 김시규 JTBC 제작총괄, 윤현준 JTBC PD, 조승욱 JTBC PD 등 내로라 하는 스타 PD들이 KBS 출신이다. 최근에도 ‘섭PD’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정희섭 PD가 TV조선으로 이적했다. PD들의 연속 이탈은 예능국의 허리가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졌다.
콘텐츠를 만드는 핵심인력이 떠난 방송사는 프로그램이 결과를 말한다. 지난해 MBC가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시점>으로 선전했고 SBS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화제성을 잡았지만 KBS는 이렇다 할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다. 한정된 예산 속에 젊은 PD들에게 참신한 기획의 방향을 잡아 줄 노련한 선배 PD들의 자리가 비면서 KBS 예능은 어느덧 낡고 진부한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이는 KBS라는 플랫폼이 주는 안정성이 젊은 PD들에게 큰 매력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개인의 브랜드가 플랫폼의 힘을 앞서나가는 시대다.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잡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다. KBS의 혁신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