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구체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적자국채 추가발행에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는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한 사람의 사소한 과잉행위가 자칫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선언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이 중 ‘국가부채 고의 증대 의혹’ 부분만을 살펴보자. 첫째는 2017년 1조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바이백) 취소사건이다. 이는 2017년 11월 15일로 예정된 국채 조기상환 입찰 하루 전에 취소된 사건이다. 신 전 사무관은 적자국채 규모를 늘리고자 하는 청와대(혹은 부총리)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하루 전 바이백이 취소되고 채권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적자국채의 추가발행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바이백 계획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신 전 사무관이나 기재부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청와대 또는 기재부 고위 간부가 국고국에 바이백 취소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다툼이 없는 부분이다. 하루 전에 취소를 단행해 시장에 어느 정도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의 혼란을 상쇄할 정도의 정책적·절차적·정무적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둘째, 2017년 적자국채 추가발행 부당지시 사건이다. 우선 적자국채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국채와 적자국채는 다른 개념이다. 국채는 국가가 자금이 필요할 때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 판매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이다. 적자국채는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공적자금관리기금’에서 일반회계가 돈을 차입하는 것을 뜻한다.
양측이 합의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2017년 국회가 승인한 적자국채 발행 한도는 여유분이 8.7조원 있었는데,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말자는 의견과 일부 발행하자는 의견이 충돌했고, 결국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적자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았을 때 장점은 명확하다. 적자국채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추가로 발행할 경우에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는 기재부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을 대비할 수 있다” 정도의 답변만 반복할 뿐이다. 다만 이자 지출규모는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하는 것만큼 발생하지는 않는다.
정리하자면, 청와대의 지시라는 측면은 특별히 문제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장관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무직으로 임명하는 이유는 선출된 권력이 관료에 대한 통제를 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의사소통 과정에 세심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을 악화시키고자 한다거나, 다음해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국채를 발행하고자 하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면 잘못이다. 국채는 추경을 할 때 발행해야 한다. 추경을 위해 미리 적자국채를 발행해 놓고 ‘국채가 아닌 여윳돈’이라고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바이백 취소에 대해서는 정책적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적자국채 추가발행 시도는 정책적 의미가 없다. 정책적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적자국채 추가발행 시도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적자국채 추가발행에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는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지금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 이로 인해 위험한 확증편향만 확대되고 있다. 한 사람의 사소한 과잉행위가 자칫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무능도 부패만큼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