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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의, 밀실에서 증액이 이뤄지는 이유

입력 2018.12.24 14:11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우리나라 예산심의 과정의 고질적 문제점은 법적 근거가 없는 밀실 합의체인 ‘소소위’에서 중요한 감액과 증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소소위에서 증액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전체 감액의 규모를 밀실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예산 심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예산 심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2월 8일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최종 확정안이 통과되었다. 언론들은 이번 해에도 예산심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는 예산이 가지는 정치적인 속성 때문에 필수불가결한 것일 수밖에 없다. 사실 예산심의의 부실은 단순히 회의시간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예산에 변화가 없다는 데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19년도 예산안의 신규예산은 1.0%에 불과하다. 하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회의 예산심의도 다르지 않다. 이번에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4.3조원 증액하고 5.2조원 감액해 0.9조원을 순감액했다. 전체 예산이 470조원이니 1% 남짓의 액수인 셈이다. 정부도 1% 정도의 변화이니 국회가 더 부실하게 심의했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운 비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감액사업의 실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다른 분석이 가능하다. 정부 예산안의 불요불급한 부분을 삭감하는 실질적 감액사업보다 회계적인 숫자만 감액한 부분이 많다. 반면 증액은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위주의 실질적인 증액이다. 사업의 지출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업규모 추계를 변경하는 등의 감액을 ‘회계적인 감액’이라고 한다.

증감한 내역을 보면 회계적 감액이 4조8000억원이고 실질 감액이 1조2000억원이다. 반대로 회계적 증액은 8000억원에 불과하고 실질 증액은 2조원이다. 예산사업 평가에서 감액을 한 것이 아니고 회계적으로 조절한 것이다. 반면 증액은 대부분 실제로 사업지출금액을 높이는 금액이다.

헌법 및 관행에 따른 국회 예산심의권의 제약으로 인해 국회는 감액 액수 한도 내에서 증액이 가능하다. 즉 감액을 많이 하면 증액할 수 있는 예산 한도액이 증가한다. 회계적 삭감을 통해 증액 한도액을 늘리고 지역 SOC사업 지출액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산심의 과정의 고질적 문제점은 법적 근거가 없는 밀실 합의체인 ‘소소위’에서 중요한 감액과 증액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소소위에서 증액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전체 감액의 규모를 밀실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국회 예결위 소위에서는 회계·형식적인 감액규모는 잘 논의되지 않는다. 결국 밀실 ‘소소위’에서 회계적인 감액규모가 정해져야 증액한도가 연동되어 정해진다. 회계적 감액이 공식적인 예결소위에서 이루어진다면 밀실합의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나라 살림을 다루는 각종 회의는 기록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이후에도 평가가 가능하고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 예결위소위가 비공개되었을 때 마구잡이로 증액되었던 쪽지예산이 기록을 남기면서 대부분 사라지고 이제는 안건으로 올라오는 예산심의가 기본적인 심의의 전제가 된 것도 이러한 제도 변화 때문이다. ‘적자생존’이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기록하는 국가만이 잘 살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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