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은 투명성 확보다. 소소위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과 함께 심의의 과정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고 국민에 대한 의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10여일 앞둔 11월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권호욱 기자
올해도 정부예산안은 법정시한을 넘겨 지각심사 중이다. 세수결손을 이유로 한 한국당의 수정예산 제출 요구와 선거법을 지렛대로 한 야 3당의 공세 때문이다. 11월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예산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다. 헌법 54조 2항은 예산안 처리시한에 대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국회법은 예산안과 부수법률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도록 되어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심사는 파행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예결위 전체회의가 축소된 것도 문제지만 50명 중 15명이 참여하는 소위(예산안 등 조정 소위원회)까지 파행됐다. 소위원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270여건의 감액사안들까지 보류됐다. 원래는 증액을 논의하는 소소위에서 이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기한이 지나 원내대표단들이 모여 정치적 합의를 하는 단계로 가버렸다. 밀실, 부실, 날림 등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예결위 상임위화가 필요하다. 전문성은 의원의 전문성과 지원기관의 전문성으로 나눌 수 있다. 매년 교체되는 ‘1년 살이’ 예결위원들이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 300명 중 4년 동안 예결위원이 되는 의원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중 절반은 선거 때마다 교체된다. 예결위 상임위화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예결위 상임위화가 일종의 ‘상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역할분담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심의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예산서는 9월 3일에 제출되는데 9월 말에 있는 추석 등을 고려해 10월에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예결위는 11월에나 시작된다. 늦은 국감, 늦은 예결위, 상임위 부실심사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나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은 예결위에서 증액하는 데 제한이 있으므로 상임위 심사의 충실한 진행도 필요하다. 참고로 대부분의 국가가 4~5개월 심의를 한다.
더불어 국회 예산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회에 예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옴부즈만은 예결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민원 수렴, 자료 요구, 문제사업에 대한 직권조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회에 부족한 예산 전문성을 확보하고 행정의 예산조사권을 획득하여 실질적 예산 감시와 견제를 이룰 수 있다. 국회에 감사권한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을 하게 한다.
물론 가장 기본은 투명성 확보다. 소소위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과 함께 심의의 과정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고 국민에 대한 의무다. 덧붙이자면 국회의원들 내에서의 민주주의라도 지켜야 한다. 이러면 의회 내에서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