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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철거, 지속가능한 시스템 필요하다

입력 2018.11.26 15:46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지자체에서 빈집 철거를 위해 예산을 지원한 경우는 있었으나 강제철거까지 규정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빈집을 특수한 곳으로 생각한다. 그야말로 ‘잠시 비어 있는 집’ 정도다. 성장시대에는 빈집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집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로 들어올 사람이 없는 총체적인 구조 악화 때문이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의 빈집. 거주하던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수년간 방치돼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의 빈집. 거주하던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수년간 방치돼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의 빈집은 2000년 51.3만호에서 2005년 72.8만호, 2015년 106.9만호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한국 국토정보공사가 발간한 <대한민국 2050 미래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302만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에 앞서 도시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일본은 이미 빈집이 1000만채를 넘어섰다.

빈집은 방치될 경우 범죄 및 안전사고의 발생지가 될 수 있고,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슬럼화를 유발할 수 있다. 2017년 2월 8일 방치된 빈집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강제철거까지도 가능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유다.

지자체에서 빈집 철거를 위해 예산을 지원한 경우는 있었으나 강제철거까지 규정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로 노숙인이 처음 등장한 것처럼 이제 구조적인 위기 때문에 슬럼까지 등장한 것이다.

빈집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 사고가 늘어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CCTV나 방범요원을 확충하는 등 행정비용이 증가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수까지 감소한다. 도시 쇠퇴의 악순환이 진행되는 것이다.

빈집 정비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물론 아직 시행 초기라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지자체가 없고, 철거 등 행정절차만을 언급하는 수준이어서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은 2003년부터 절차를 규정하여 지자체가 우선 관리권을 갖고 강제 매입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본은 단계별로 공공이 활용하고 최종적으로 철거하는 법령을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우선은 빈집의 자발적인 보수나 철거를 위해 세제혜택 등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둘째, 빈집의 지역 특성, 노후도 등을 고려하여 유형별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택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 있는 빈집은 수선을 통한 활용보다는 철거를 통한 정비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최근 충남 아산시는 흉물로 방치된 도심의 빈집들을 철거하여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빈집 소유자와 최소 3년간 무료임차 및 주차장 무료개방, 재산세 감면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집이 없어 살기 힘들고 한쪽에는 빈집 때문에 살기 힘든 현실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어쨌든 변화된 현실에 대해서는 변화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패러다임과 편견으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도시는 우리의 삶처럼 개선의 대상이지, 방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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