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 <퍼스트맨> 천문학적 돈 드는 우주개발 ‘하얀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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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 <퍼스트맨> 천문학적 돈 드는 우주개발 ‘하얀 코끼리’

입력 2018.11.12 14:31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1969년 7월 20일. 전세계 3억6000명의 눈이 텔레비전으로 쏠렸다. 이날 미국의 아폴로 11호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내년은 달 착륙 50주년이 된다. 때맞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영화 <퍼스트맨>으로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위대한 미국’과 ‘영웅’을 그렸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는 것은 큰 영광이지만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담벼락을 걷는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은 잔인하다. 오늘 동료의 죽음이 내일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영화는 우주비행사의 고독과 두려움, 고통을 비장하게 담고 있다. 달 착륙 당시 성조기를 힘차게 꼽는 모습이 없다며 심기가 불편해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영화속 경제]  천문학적 돈 드는 우주개발 ‘하얀 코끼리’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은 새로 개발한 비행기의 결함을 파악하는 테스트파일럿이다. 어린 딸을 잃고 심적으로 방황하던 암스트롱은 유인탐사선을 달로 보내기 위한 미 우주항공국(NASA)의 프로젝트에 지원한다. 암스트롱의 ‘제미니8호’는 무인위성 아제나 위성과 도킹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잃고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위기에 빠진다. 암스트롱은 기지를 발휘해 지구에 무사히 귀환하지만 여론은 악화되기 시작한다. 위험하기만 한 아폴로계획은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역사도 중요하지만 세금도 중요해.” 유인 달 착륙의 의미를 강조하는 암스트롱에게 정부 관료는 이렇게 내뱉는다.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아폴로 계획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NASA에 따르면 아폴로 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250억 달러(2005년 기준으로 약 1660억 달러·한화 180조원)에 달한다. “집세는 올랐지. 우리는 세금을 내지. 백인들은 달에 가지.” 아폴로 계획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우주개발은 ‘하얀 코끼리’가 될 수 있다. 옛날 태국에서는 하얀 코끼리를 매우 신성시했다. 왕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가 있으면 하얀 코끼리를 선물했다. 먹성 좋은 코끼리는 별 쓸모가 없지만 유지비용은 많이 들었다. 신성한 동물인 데다 왕이 선물했으니 신하는 하얀 코끼리를 감히 버릴 수 없었고 그러다 결국 파산했다. 재정학에서 하얀 코끼리란 쓸모없이 돈만 많이 드는 시설을 말한다. 월드컵 스타디움, 4대강보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1972년 이후 더 이상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냉전 분위기도 꺾인 데다 달착륙에 성공한 뒤 국민들의 관심이 식으면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NASA의 화성탐사를 목표로 45년 만에 달 유인탐사를 재개토록 하는 ‘우주정책 지침1’에 서명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개발에 잇따라 나서면서 다시 우주개발 붐이 불고 있다. 우주개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하얀 코끼리’라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우주개발 경쟁과정에서 얻게 되는 첨단기술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예컨대 의료장비인 MRI(자기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는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산물이다. 최근 NASA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에 한국 동참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은 아직 예산문제로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핵심 우주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에게 우주개발은 하얀 코끼리일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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