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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국인노동자 수용 확대 왜?

입력 2018.11.05 14:26

  • 김진우 경향신문 도쿄특파원

일본 정부가 ‘고도 전문 인재’로 제한해왔던 취업 목적의 재류자격을 단순노동자에게도 확대키로 한 것은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는 산업현장의 아우성 때문이다. 또 심각한 인력난 때문에 중소기업 폐업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열리는 일본 임시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몰이’ 못지않게 주목을 끄는 것이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다. 개정안은 재류자격에 ‘특정기능’을 신설, 단순노동을 포함한 분야에 외국인 수용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한 필리핀 간병사가 도쿄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한 필리핀 간병사가 도쿄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소신표명 연설에서 “일정한 전문성과 기능을 갖고 즉시 전력이 되는 외국인 인재를 받아들이겠다”면서 새 제도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외국인 수용분야와 인원수, 지원책 등을 결정해 내년 4월 1일 새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데다 야당 측에서도 졸속 추진을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숨겨진 이민대국’이면서도 “이민정책이 아니다”라는 아베 정부의 자세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손 부족’ 비명에 외국인 대거 수용키로

개정안에 따라 새롭게 신설되는 재류자격은 일정한 기능이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는 ‘특정기능 1호’와 숙련된 기능이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는 ‘특정기능 2호’ 두 종류다. 특정기능 1호는 재류기간이 최장 5년으로, 지금까지 인정해오지 않았던 단순노동자 수용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가족을 동반할 수는 없다. 특정기능 2호는 가족 동반을 인정한다. 또 재류기간을 갱신할 수 있어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사실상 영주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고도 전문 인재’로 제한해왔던 취업 목적의 재류자격을 단순노동자에게도 확대키로 한 것은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는 산업현장의 아우성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해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난해 말 7484만3915명으로, 20년 전보다 1000만명이 줄어들었다. 심각한 인력난 때문에 중소기업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이나 소매업 등에서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는 심화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127만8000명이다. 2008년 48만6000명에 비해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가운데 일본계 등 정주자·영주자 등 신분에 기초한 재류자가 45만9000명, 교수·변호사 등 전문·기술 분야가 23만8000명, 경제연계협정(EPA)에 따른 간호사·워킹홀리데이 등 특정활동이 2만6000명을 차지한다. 또 기능실습이 25만7788명, 유학생의 아르바이트(주 28시간 이내) 등 자격외 활동이 29만7000명이나 존재한다.

외국인노동자를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38만5000명), 서비스업(18만9000명), 도·소매업(16만6000명), 숙박·외식업(15만명) 등의 순이다. “외국인이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업계도 적지 않다. 최대 편의점업체인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전체 종업원의 7%에 해당하는 3만5000명에 이른다.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이 보완하는 구도가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일본 정부가 문호 개방을 검토하는 업종도 당초보다 늘었다. 일본 정부는 건설, 농업, 숙박, 개호(고령자 간호), 조선업 등 5개 업종에 2025년까지 50만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는 어업, 음식료품 제조, 외식, 빌딩 청소, 산업기계 제조, 전기·전자·정보 관련 산업, 자동차 정비, 소형재 산업, 항공을 포함해 14개 업종으로 늘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편의점업계 등에서도 외국인노동자 수용을 바라고 있어 대상 업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새 제도 신설을 두고 아베 정권이 외국인의 대규모 수용을 향해 정책의 방향타를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생활자로서 외국인 외면”… 공생정책 과제

자민당은 지난달 30일 개정안을 승인하면서도 “특정기능 2호의 취득요건을 엄격화할 것”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앞서 지난달 23~25일 열린 자민당 법무부회 회의에서는 “이민으로 연결된다” “한 번 입국을 인정하면 귀국을 요구하는 게 어렵다” 등의 회의론이 잇따랐다. 외국인노동자가 일본인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거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수언론에서는 “외국인 수용 확대는 단기적인 일손 부족 대책으로 유효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불안정’이 따라붙어 예기치 않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6년 12월 필리핀의 한 인력회사에서 일본에 가정부로 파견될 예정인 실습생들이 관련 업무를 배우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2016년 12월 필리핀의 한 인력회사에서 일본에 가정부로 파견될 예정인 실습생들이 관련 업무를 배우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외국인을 값싼 ‘단순노동력’으로 보고, 이민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자세를 문제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국인노동자 구성 비율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정부는 기능실습생은 물론 유학생조차 ‘단순노동력’으로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어학교 학생도 ‘유학생’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것도 노동력을 늘리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을 ‘노동력’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민정책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문제에 대한 대응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에게 위임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는 1990년 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일본계 3세까지 ‘정주자’로서 취업이 가능하도록 해 일본계 브라질인이나 페루인들이 대거 들어왔다. 브라질 현지에서는 ‘데카세기(타향에 가서 벌이를 한다는 뜻의 일본어)’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2008년 ‘리먼 쇼크’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대거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현재 일본에 재류 중인 이들은 문화 차이로 인한 현지 주민과의 갈등, 포르투갈어도 일본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증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50만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니까 그걸 보충하고 싶다고만 생각할 뿐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민정책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정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외국인들을 눈앞에 두고도 직시하지 않고, 기능실습생이나 유학생이 놓여 있는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불충분한 일본어교육을 방치해 왔다”면서 “생활자로서 그들을 보지 않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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