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급등세가 그칠 줄 모르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괴담이 퍼지고 있다. 최근의 남북 평화 분위기와 연계해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 “북한에 쌀을 퍼주느라 정부 비축미 곳간이 텅텅 비었다”와 같은 소문들이다.
올해 들어 쌀값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급등한 쌀값을 잡기 위해 재고 쌀을 푸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4월 초 17만원 선을 돌파한 산지 쌀값(80㎏ 기준)이 이후 꾸준히 상승해 9월 25일 기준 17만8220원을 기록하며 18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 같은 시기에 13만3348원이었으니 34%나 상승한 것이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의 양곡코너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쌀값 급등세가 그칠 줄 모르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괴담이 퍼지고 있다. 최근의 남북 평화 분위기와 연계해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 “북한에 쌀을 퍼주느라 정부 비축미 곳간이 텅텅 비었다”와 같은 소문들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쌀이 들어가고 있고 그 쌀이 정부미”라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해명했다. 최근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면서 이는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고?
이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들은 팩트체크에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가 주목할 만하다. <조선일보>는 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 않고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쌀 지원을 위한 온갖 절차상의 문제를 빼더라도 쌀 1만~2만톤가량을 보내려면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돼 2개월가량을 꼬박 작업해야 한다. 몰래 북한에 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괴담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에서의 논란은 ‘팩트 왜곡’ 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작’ 수준이다.
참고로 우리 정부는 1995년 15만톤 규모로 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과 2002~2007년 연간 10만~50만톤가량을 북한에 보냈다. 2010년에는 5000톤을 보내고 이후 북한에 쌀을 보낸 적은 없다.
정부 곳간이 비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2014년 24만톤이었던 쌀 매입량은 매년 증가하여 작년인 2017년에는 37만톤을 매입했다. 이를 시장격리(가격조절) 목적 매입이라고 한다. 따라서 쌀 재고(비축량)는 올해 8월 말 기준 160만톤이다. 그나마도 작년 말에는 186만톤이었는데 올해 쌀값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시장에 방출했기 때문이다.
해외원조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6만톤의 쌀을 지원했다. 대상국에 북한은 당연히 없다. 베트남,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 예멘 등 5개국이 전부다. 우리나라는 해외원조가 인색한 국가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에 불과한 것이다. 유엔식량계획(WFP)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에는 최근 몇 년간 쌀이 들어간 적이 없고 주로 옥수수나 콩 등 영양강화곡식이 들어간다고 한다. 과거 북한에 쌀을 보낼 때도 한국 쌀은 비싸서 제외하고 동남아의 저렴한 쌀을 구해서 보냈다.
9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참가자들이 밥 한 공기에 300원이 되도록 쌀값을 올려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쌀값이 오르는 이유
그렇다면 왜 쌀값이 오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쌀을 대규모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12만원까지 떨어진 쌀값을 잡기 위해 매년 수십만톤의 쌀을 사들였는데 효과가 없자 작년에는 이례적으로 쌀을 추수하기도 전인 9월에 작황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37만톤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쌀값을 잡기 위한 특단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래서 쌀값을 잡은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반등해 급등까지 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당황하여 22만톤의 쌀을 시장에 풀었으나 이미 한 번 급등한 쌀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쌀값을 변동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쌀값 잡기가 어렵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입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쌀값은 2013년 17만5000원에 이르렀던 가격을 회복했다는 측면도 있다. 너무 떨어졌다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쌀값은 다른 식료품과는 달리 목표가격을 설정한다.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 현행 농업소득보전법에 따라서 5년 단위로 국회의 동의를 거쳐서 확정한다. 2005~2012년은 17만8300원, 2013~2017년은 18만8000원이다. 지난 5년간 이 목표액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연말에 다음 5년간인 2018~2022년의 목표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쌀과 관련해서는 이외에도 여러 제도가 있다. 1조3000억원(2017년)에 달하는 양곡관리 특별회계가 있고 재고쌀 보관비도 있다. 재고쌀 보관비는 톤당 32만원인데 전체로 보면 500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또 2016년만 해도 농지에는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2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에 비해 시장가격이 낮으면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고정직불금은 쌀농지 1㏊(헥타르·3025평)당 평균 100만원을 보전해주고 있다. 충남연구원의 보고서 기준으로는 2014년 5.4조원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쌀 과잉생산과 재정부담이라는 두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야 정부는 변동직불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미 지원을 받는 농민들의 반발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쌀값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쌀값을 지켜야 하느냐는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식량자급도가 계속 떨어지고 그나마 쌀만은 지키려고 한다. 국민은 점점 쌀을 먹지 않는데 농업지원은 쌀로만 가고 있다. 여기서 과잉생산이 발생하고 나머지는 수입으로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이런 와중에 식량안보는 더 나빠지고 세금은 더 들어간다.
식량소비가 다양해지고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쌀값 하나에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농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십 년간 외국 쌀을 매년 41만톤씩 수입하고 있으면서도 쌀 개방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정부나 현재의 재정지원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농업 관련 종사자들도 진지하게 공공성과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늦은 것은 없다. 계속 악화될 뿐이다. 괴담 덕분에 쌀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