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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ODA일까?

입력 2018.10.01 14:15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북한 지원에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식량 및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건설 같은 경제개발을 위한 사업들을 ODA(공적개발원조) 틀 속에서 지원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 더 쉬울 것이다.

지난 2010년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손소독제를 실은 대북지원 차량이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지난 2010년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손소독제를 실은 대북지원 차량이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한국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예산에 편성된 ODA(공적개발원조) 항목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외에서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나라이다. ODA는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재원 재분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우리가 어려운데 다른 나라를 도와줄 필요가 있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부자들이 우리도 나름대로 어려운데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이야기와 같다. 대외원조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ODA는 국제사회에서 지위와 역할을 반영한다. 그래서 예산에서 ODA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면서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ODA 총 지출규모는 2조4905억원에 이르고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ODA는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의 0.14% 수준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5번째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ODA를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OECD DAC 회원국 평균 ODA는 1인당 국민소득의 0.3%다.

참고로 유엔은 협의에서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대비 0.7%를 개발도상국 ODA로 제공하며 그 중 0.15~0.20%를 최빈국에 공급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 지출 평균인 0.3%를 목표로 한 것이다.

ODA에 인색한 국가, 한국

OECD에서 통계를 제출한 27개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차이는 매우 크다. 1인당 국민소득 대비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나라는 스웨덴(1.09%)이고 룩셈부르크와 덴마크가 뒤를 잇고 있다. 가장 적은 순으로 나열하면 슬로바키아(0.10%), 체코(0.12%), 그리고 한국이 0.14%다. 늘상 그렇듯이 한국은 좋은 지표에서는 꼴찌를 다툰다.

ODA를 북한문제로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상 북한은 독립된 국가가 아니어서 북한에 지원하는 원조는 지금까지 ODA에 포함되지 못했다. 북한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하의 저소득 국가여서 대부분의 국제기구가 원조대상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기준에 부합된다.

정부가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9년 예산에 4712억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야당은 ‘북한 퍼주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논리이다. 그 논리의 근거에는 “우리도 어려운데… 적국에”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대북지원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가져왔고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이라는 주장으로 설득해 왔다. 10년간 지원규모가 3조5000억원, 연간으로는 3500억원이니 국민총소득 대비 0.01% 즉 1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물론 이 비용 대부분은 차관 형식의 지원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빌려준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생필품이 담긴 구호키트를 운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대한적십자사 생필품이 담긴 구호키트를 운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하지만 ‘퍼주기론’이 동력을 유지한 것은 북한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도 핵개발을 해왔고 완성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냉전논리를 유지하기에 더 없이 좋은 구실이 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대북지원은 과거와 다르다.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의 최대 수혜국은 한국이다. 그래서 지금 비용분담을 논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이런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능력으로나 의지로나 한국밖에 없다. 경제규모가 50배나 되는 데다 같은 민족이라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통일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통일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북한 지원을 ODA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북한 지원에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ODA 차원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 식량 및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건설 같은 경제개발을 위한 사업들을 ODA 틀 속에서 지원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 더 쉬울 것이다.

OECD DAC 기준인 1인당 국민소득 대비 0.3%를 맞추려면 현재의 두 배 규모로 증가되어야 하는데 이 중 절반 정도만 대북지원 용도로 활용하면 2030년까지 현재 기준으로 15조원을 지원할 수 있다. 우리의 경제력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거기에다 철도 등이 완성되어 대륙으로의 육로통행이 보장되면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만으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1년 수출액은 2017년 기준으로 18억 달러이다. 연간 2조원 정도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지원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 미국·중국·일본 등의 유·무상 원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발적인 기부를 권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불평등을 해소하는 나라는 없다. 기부가 활성화된 나라인 미국조차도 1인당 국민소득 대비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결국 세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지구촌 문제도 그런 민간단체에 맡길 수 없기 때문에 ODA라는 공적 시스템으로 불평둥을 해소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적인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헌법상 나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사실상 인접국인 북한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다. 통일, 한 민족이라는 특수성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인 실리까지 고려한다면 사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ODA 지표도 올리고 북한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지원도 타이밍이다. 필요할 때 지원하지 못한다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든 살아나지 못하든 원망의 대상만 될 수도 있다. 어차피 할 지원이라면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지원이라면 “우물쭈물하다가는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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