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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 470조, 슈퍼예산일까 아닐까

입력 2018.09.10 15:23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올해 초에도 2018년도 예산이 슈퍼예산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2018년도 예산은 슈퍼예산이 아니고 약간 긴축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세수증가에 비해 지출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년도 가계부가 나왔다. 470조5000억원이다. 올해 예산보다 41조7000억원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라고 한다. 이를 가지고 정치적 공방이 많다. 방향은 맞지만 너무 적다고 하는 주장부터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슈퍼예산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매년 예산안에 따라 나오는 ‘슈퍼예산’ ‘초슈퍼예산’ 등의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구윤철 예산실장이 2019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브리핑을 한 뒤 보도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와 구윤철 예산실장이 2019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브리핑을 한 뒤 보도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슈퍼예산? 초슈퍼예산? 근거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 주장은 작년에도 429조원 슈퍼예산, 재작년에도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재정규모도 같이 커지는데 이를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은 얼마를 버는가에 따라 다르다.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번다고 하면 한 달에 100만원 지출계획은 사치가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밖에 못 벌면서 100만원을 지출한다고 하면 슈퍼지출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도 470조 예산은 사치일까 아닐까? 결론적으로 올해 초에도 2018년도 예산이 슈퍼예산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2018년도 예산은 슈퍼예산이 아니고 약간 긴축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세수증가에 비해 지출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도 예산은 긴축에서 확장 국면으로 조금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470조원에서 비중이 큰 것을 기준으로 보면, 일단 일자리 예산이 포함된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가장 많다. 162조원 정도 된다. 올해보다 12%가 증가됐다. 그리고 지방행정 예산이 78조원 정도 된다. 이는 13% 증가했다. 지역구 의원들이나 사람들이 내가 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말할 때 하는 예산이 이것이다. 그리고 교육 예산이 71조원가량으로 10% 이상 증가됐다. 이 부분을 두고 정책적인 확대예산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지방행정과 교육 예산이 많이 증가된 이유는 제도적인 것이다. 지방행정 예산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지방교부세이다. 지방교부세는 들어온 국세 중에서 일부, 가령 19.24% 정도 법적으로 자동으로 나가게 되는 예산이다. 교육 예산도 마찬가지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가장 큰데 이것도 20.27% 법적으로 자동으로 지방자치단체로 지원되는 것이다. 즉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늘어나는 예산이기 때문에 그냥 재정이 확대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2019년 슈퍼예산 논란, 경제규모에 맞다

2019년 예산안에 대해 재정확대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운용의 방향성을 보여준 점에서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확장적이라는 표현이 다소 무색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안의 중기 재정지출계획을 보면 2020년 7.3%, 2021년 6.2%, 2022년 5.9%로 지출증가율이 내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앞으로는 재정의 지출증가 규모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고, 정권 말기 재정의 규모는 경제성장 규모를 겨우 넘어설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정부 예산 470조, 슈퍼예산일까 아닐까

물론 전년 계획과 비교해 연평균 증가율이 상향조정 되었지만(5.8%→7.3%) 이 정도의 재정확장으로 정부가 목표로 내건 소득주도 성장이나 혁신경제를 만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는 보수언론이나 학자들은 ‘슈퍼예산’이라고 칭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작아야 하고 따라서 재정지출이 조금만 늘어도 문제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 수준의 증가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재정의 방만한 운영을 경계하기 위해 이런 시각도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예산이 감액된 적이 없다는 객관적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세수확대와 함께 재정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한마디로 슈퍼예산은 ‘과장된’ 표현이다. 대표적으로 채무증가에 대한 과잉우려가 있다. 2018년 본예산 국가채무는 708.2조원으로 GDP의 39.5%였고 추경 때에는 초과세수로 일부 국채를 갚아 700.5조원으로 38.6%로 감소했다. 이번 2019년 예산안의 경우 741조원으로 39.4%를 계획하고 있다. 전년도 당초 예산보다도 GDP 대비 0.1% 감소했다. 따라서 국가채무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재정수지가 28.5조원 적자(GDP 대비 1.6%)에서 33.4조원 적자(GDP 대비 1.8%)가 된 것은 분명히 악화된 지표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제시한 재정건전성의 기준이 ‘재정적자가 GDP의 3% 이내’ ‘국가채무가 GDP의 60% 이내’인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사회보험을 제외한 재정수지인 관리재정수지를 43.2%나 적자를 보면서까지 재정을 확대하여 위기를 극복한 전례도 있다.

아끼기만 하다가는 타이밍을 놓쳐서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점증주의가 극대화된 한국의 예산을 보면 미래가 불안하다. 목적이 무엇일까가 중요하다. 맹자는 고조선의 사례를 들면서 세금을 적게 걷고 사업을 벌이지 않아서 오래 지속됐다고 평가하면서, 그 결과 배고픔의 고통은 없으나 강국이 되지 못하고 발전하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한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될 경우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가짜 뉴스가 그것이다. 팩트를 몰랐다면 모르는 문제이지만 왜곡했다면 나쁜 의도이다. 슈퍼예산, 언제까지 모르거나 나쁘거나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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