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못한 과거와 미래의 희망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2> 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이광일 옮김 들녘·각권 2만2000원
시사주간지 <타임>을 만든 헨리 루스는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 선언했다. 좋든 싫든 미국은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그에 따른 시비와 명암은 뒤엉켜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지구에 출현한 국가 중에서 가장 강력한 패권을 행사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모든 곳에 군사기지를 운영하면서 자국 이외의 모든 나라와 맞붙을 전력을 보유한 제국은 미국 이전에 전무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과오를 살펴보는 일은 좀 더 평화로운 천하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고 민낯을 드러낸 책이다. 공저자인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 역사학 교수 피터 커즈닉은 베트남 전쟁의 참전 용사와 반전 리더로서 격동의 70년대를 건너왔다. 이들은 조국의 역사가 아름답지 않다고 토로한다.
왜 미국은 공존공영의 진보적 세계 대신 전쟁과 착취의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까. 저자들에 따르면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미국의 진로는 완전히 뒤바뀐다. 명문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으로 최초의 지식인 대통령인 윌슨은 혁명을 혐오하고 무역과 투자 확대를 열렬히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적이거나 공손하지 않은 나라들의 주권은? ‘닫힌 나라의 문은 때려부수고 고분거리지 않는 국가의 주권은 침해돼도 할 수 없다’가 윌슨의 소신이다.
후임 대통령들은 모조리 윌슨의 신봉자들뿐이었다. 식민주의와 경제적 착취에 반대하는 정치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통령을 지냈으나 194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내 보수파들의 밀실 흥정으로 밀려난 헨리 윌리스의 낙선을 아쉬워한다. 진보적인 윌리스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면 핵폭탄 투하나 냉전의 역사는 어쩌면 뒤집어졌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가 또다시 세계사의 향방을 갈랐던 것은 2000년 대선이었다. 지저분한 선거전술을 구사했던 조지 W. 부시의 공화당 행동대원들은 문제가 된 플로리다주 선거구 검표위원회에 몰려가 주먹을 휘두르고 난동을 부리면서 재검표를 포기시켰다. 현장을 목격한 친기업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논설위원조차 ‘부르주아 폭동’의 결과 부시는 다 놓쳤던 대통령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지존무상(至尊無上)에 등극한 미국의 위세는 여전하다. 그러나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급부상에다 미국 내부적으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겹치면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가능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많은 이가 지적한다. 그럴까 하지만 ‘변화’와 ‘앞으로’를 다짐한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군산복합체와 월스트리트의 마수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저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더 좋은 미국은 지도자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공화정의 정신을 조직화할 때 가능하기에 이제 미국인들은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변혁을 요구하자고, 그것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