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막장 드라마가 끊이질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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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TV]막장 드라마가 끊이질 않는 이유

입력 2018.09.03 14:29

  •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주말극 <숨바꼭질>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배우 이유리의 출연 때문이었습니다. 2014년 <왔다! 장보리>에서 인상적인 악역 ‘연민정’을 연기했던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을 40%대로까지 끌어올렸고 그해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 드라마에는 ‘막장’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유리가 맡았던 배역은 드라마의 정체성이자 핵심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이유리의 등장이 화제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숨바꼭질>에서 그가 맡은 민채린은 재벌가에 의붓딸로 들어간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유괴로 사라져버린 진짜 딸의 허수아비 역할을 하면서 정신병원에 감금되기까지 하는 등 소위 ‘막장’적 요소를 구현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MBC 드라마

MBC 드라마 <숨바꼭질>

많은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할 때마다 “우리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막장 드라마는 끊임없이 방송됩니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이를 놓지 못합니다. 막장은 극한의 작업환경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를 따서 나온 막장 드라마라는 단어는 갈 데까지 간, 상식을 초월하는 드라마라는 의미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됐던 것만 봐도 무수합니다. 서로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 갑자기 특정 인물이 치매에 걸려 파국에 이른다거나(<같이 살래요>),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액받이’까지 등장(<비밀과 거짓말>)하기도 합니다.

MBC 드라마

MBC 드라마 <비밀과 거짓>

주로 이러한 형태는 평일 아침극이나 일일극, 주말극에서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미디어 연구자 이엔 앙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 문화사회연구소 문화연구 특훈교수는 <댈러스 보기의 즐거움>이라는 저서에서 이러한 심리의 원인을 분석하며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먼저 재벌이나 출생의 비밀 등 비현실적 설정이 난무하는 드라마 속에서 갈등과 대립, 사랑과 복수 등 보편적 감정에 부분적으로 일체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조롱적 시청’이라는 개념을 들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는 스스로 자신을 우월적 존재로 정의하고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조롱하며 시청을 정당화하는 심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비판하고 욕하면서도 그 드라마의 강한 자극성에 시청자들은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방송사들은 이러한 편성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러한 작품은 제작비에 있어서도 ‘가성비’가 좋습니다. 질 높은 교양이나 다큐멘터리를 탄생시키는 일보다는 이러한 자극적 설정으로 흥행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훨씬 쉽다는 점도 방송사로 하여금 이러한 행태를 부추기죠.

현재 안방극장 장르물의 번성은 이러한 자극적 설정에 지친 시청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리고 급격한 TV드라마로부터의 시청 이탈 역시 이러한 드라마계의 적폐에서 비롯됐습니다. 바꿀 수 있다면 빨리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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