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방극장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인 ‘관찰예능’은 ‘악마의 편집’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는 것이 관찰예능의 목적이지만 이야기를 구성하고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편집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재미를 주기 위한 편집의 정도와 수위에 따라 ‘실제상황’과 ‘방송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출연진과 제작진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tvN
최근 방송된 MBC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했던 개그맨 김재욱과 아내 박세미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의 고부관계가 악의적으로 편집됐다며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습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자영업자 정영진씨는 제작진의 전횡을 고발했습니다. 설정을 강요받았을 뿐 아니라 촬영 때문에 인근 업소들도 영업에 피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tvN 예능 <둥지탈출3>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 김수정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과하게 편집됐다는 해명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이 사안들은 모두 방송과 함께 온라인에서 화제와 논란이 됐던 장면입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극적인 볼거리를 위해 작위적인 설정과 불편한 과장이 다분히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재미를 위해 특정한 출연자들은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굳이 이러한 예를 찾지 않더라도 출연자들의 갈등을 교묘하게 재미의 요소로 사용하는 방송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의 경우도 고부 간의 갈등이 주제이고, EBS <다문화 고부열전>의 경우에도 한국 시어머니와 외국 출신 며느리의 갈등이 주를 이룹니다. 출연자들은 갈등의 상황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고 심지어는 이를 해결했음에도 방송을 보다보면 갈등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갈등 보여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같은 문제는 관찰예능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제작진의 안이함 때문에 생깁니다. 누군가를 관찰한다는 것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며 대상자가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어 그 모습이 시청자와 소통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배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방송 제작진들은 인내심도 의리도 없습니다. 그저 이야깃거리를 위해 관찰대상을 재단하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왜곡되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시청자들을 통해 다시 재단되고 해석되면서 2차 피해까지 발생합니다.
관찰예능의 미덕은 ‘리얼’에서 오는 소통과 재미입니다. 출연하는 이들은 자신의 삶의 일부를 헐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카메라 앞에 내맡기는 출연자들에게, 이를 받아들이고 소화할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