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내 꽃밭에는 채송화꽃이 한창이다. 늦봄에 몇 그루 사다 심었는데 꽃밭 한쪽을 채웠다. 통통한 잎눈이 떨어져 번진 까닭이다. 지금은 올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씨앗을 맺는 중이다. 쪼그리고 앉아야 만날 수 있는 꽃, 채송화는 잎겨드랑이에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이야기 한 꼭지씩을 풀어낸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