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는 공매도(空賣渡).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라는 뜻이다.
스타워즈 마니아들에게는 스타워즈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즐겁다.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의 앞이야기)이든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이야기)든 시퀄(원작 이후의 이야기)이든 상관이 없다. 스타워즈는 그렇게 스토리를 불려가면서 신화가 없던 미국에 현대판 신화를 선사하고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스타워즈의 두 번째 스핀오프 작품으로 개봉 순서로 따지면 10번째 작품이다. 츄바카와 단짝을 이루며 밀레니엄팔콘호를 조종하는 한 솔로는 우주의 밀수꾼이다. 하지만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이아 공주를 만나면서 저항군에 가담해 제국군과 맞선다. 모두 3부작으로 제작되는데 이 영화는 그 첫 이야기다. 스타워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는 ‘로그원’이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한 솔로가 처음 등장한 스타워즈4 <새로운 희망>의 10년 전이다. 부모를 여의고 어릴 때부터 코렐리아 행성 빈민촌에서 살던 한 솔로는 캡틴 프록시마가 이끄는 범죄조직에 몸을 담는다. 한 솔로는 ‘최고의 조종사’가 되기 위해 제국의 해군 항공대에 조종사로 지원하지만 여의치 않다. 전장을 탈영한 한 솔로는 생존을 위해 밀수꾼 베킷 일당과 손을 잡는다.
한 솔로는 성도 없다. 이름만 ‘한’이다. 해군항공대를 지원할 때 이름을 적어야 하는데 모병관이 “본래부터 혼자였다”는 한 솔로의 말을 듣고는 즉석해서 ‘솔로’라는 성을 만들어준다. 어릴 때부터 길거리에서 자란 한 솔로는 두둑한 배짱에 넉살좋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인 밀레니엄 팔콘이 필요했던 한 솔로는 자신의 우주선을 걸고 밀수꾼 랜도와 도박판에 마주 앉는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우주선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없는 우주선을 걸고 거래를 한 셈이 됐다. 밑장 빼내기로 승리한 랜도는 솔로에게 우주선을 넘겨 줄 것을 요구한다.
금융시장에서도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공매도(空賣渡)다.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판 뒤 결제일(매도 후 3일째)까지 해당 주식을 매입해, 매수주문을 한 사람에게 해당주식을 주면 된다.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할 때 펼 수 있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ㄱ 종목의 주가가 현재 4만원이라면 ㄴ씨는 공매도로 ㄷ씨에게 현재가격(4만원)에 판다. 3일 후 결제일에 주가가 2만원으로 떨어진다면 ㄴ씨는 2만원에 주식을 사서 ㄷ씨에게 결제해 주고 2만원의 차익은 자신이 챙긴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과열을 막는 역할을 한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자가 있는 한 계속 강세장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에는 차입공매도와 무차입공매도가 있다. 차입공매도는 주식을 미리 빌려온 뒤 공매도를 하는 것이고 무차입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식부터 파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공매도를 했다가 결제불이행(주식을 되갚지 못한 것)을 한 사태를 겪은 후 차입공매도만 허용되고 있다.
공매도 결제불이행은 시장에서 매우 심각하게 다뤄진다. 금융시장은 한 번 신뢰를 상실할 경우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규모가 크거나 악의적일 경우 결제불이행을 한 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형사처벌도 받는다. 랜에게 우주선을 되갚지 못한 한 솔로는 도망친다. 도박의 세계에서도 결제불이행은 목숨을 걸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최근 삼성증권의 ‘유령증권’ 사태와 골드만삭스의 결제불이행으로 공매도 문제가 부각됐다. 삼성증권은 파문의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가 물러났다.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가 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