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밤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11월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것을 포함하면 약 9개월간의 여정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MC인 시사평론가 김어준은 늘 프로그램 초반에 배치시키던 ‘흑와대 브리핑’을 마지막에 놓고 “그동안 시청해주신 여러분과 스태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재밌었습니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블랙하우스>의 영어 글자가 거꾸로 꺼지고 김어준이 휘파람을 불며 사라지는 구성은 그동안 프로그램이 지키고 있던 풍자와 해학, 그리고 정보,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정서였던 ‘쿨함’을 강조하는 것 같았습니다.
SBS화면 캡처
진행자 김어준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것이 종방의 표면적 이유입니다. 프로그램 연장은 물론 다음 시즌에 관한 어떤 것에도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보여온 이질적이고 튀는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미투 관련 사안을 다룰 때 일어났던 편파성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은 이전에 어떤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가닿지 않은 독특한 영역과 입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예능인지, 정통 시사교양인지 하는 식의 분류를 하고 장르를 규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독자적 정체성을 보여줬습니다.
소위 ‘정통’ 시사교양 제작진이 쌓아 놓은 재료 위에 진행자 김어준과 패널들이 벌이는 ‘난장’이 결합해 화학적 작용이 이뤄진 셈입니다. 풍자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예능적 요소들은 폭넓게 대중들을 끌어들이는 매개체로 작용했습니다. 개그맨 강유미의 코너 ‘흑터뷰’가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전형적인 인터뷰와 달랐던 이 코너는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슈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에게 직접 마이크를 갖다댔고, 돌려 말하지 않는 돌직구 전법으로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B급 정서가 물씬했지만 그런 방식이야 말로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 해야 할 질문을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됐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에게도 통렬한 쾌감을 안겼습니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아이러니하게도 개그맨 강유미의 모습은 지금 언론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를 환기시켰습니다. 그 가치를 알아본, 센스 넘치는 인터뷰이들을 만나 그들의 통찰력을 엿보는 즐거움도 드물게나마 있었지요.
아무튼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등장할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넘어서야 할 기준점과 눈높이를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유연하고 열린 사고의 필요성, 형식과 관성을 깨뜨려야 할 이유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사회의 모습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돕는 거울입니다. 동시에 그 사회 구성원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함께 느끼고 호흡해야 합니다. 시청자들과 동시대 거리의 언어로 주고받은 풍자와 해학이 엄숙주의, 교양주의보다 더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