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에 처박혀 구긴 정자에 들락거리며
구름은, 집달리처럼 구름은
다 불어 터진 서글픔들을 조금씩 꺼내다가
노을도 만들고, 잠기면
흩어진 별로도 만들고, 잠기면
지나가는 불빛으로도 만들고, 잠기면
모두 건져
네 귀퉁이 주춧돌만 풀에 덮어놓을 것이다
초인이 오기까지 돌들은 저희끼리 정다울 것이다
입추가 지났다. 더위도 아침저녁으로 주춤대는 듯하다. 한동안 햇살에 고개도 들지 못하다 문득 구름도 보고 노을도 본다. 네 귀퉁이 풀에 덮인 주춧돌 놓인 정자에 앉아 더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고 싶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