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후투티 한 마리 바닥을 치고
날아간 다음, 호수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종적을 감춘 물을 바라보며 나무 한 그루,
제 가지를 흔들며 뒤척였다
햇빛은 기척도 없이 걸어 다녔다
어디선가 돌멩이 하나 날아와 떨어지자 흔적도 없이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끔씩 지나가던 바람이 문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럴수록 문은 더 팽팽하게 닫힐 뿐
대문 앞을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처럼 한 차례
비가 쏟아졌다
우듬지에서 잔가지 하나 가벼이 떨어져 갸웃,
문틈을 내더니
단단히 영근 물집 하나를 기어이 톡,
터뜨리고야 만다 순간
시퍼렇게 멍든 수십만 개의 물방울들이
반짝이며 튀어올랐다
나무는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거울 속 발그레
물든 얼굴을 내려다본다
폭염의 연속이다. 지난겨울의 혹한이 차라리 그립다. 슬로 비디오 같은 찰나를 보는 듯 시원한 얼음호수의 한순간이 마음을 식혀준다. 수십만 개의 차가운 물방울이 머리 위로 흩날리는 듯.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