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인크레더블2> 가족과 시민을 지키는 ‘아이덴티티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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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인크레더블2> 가족과 시민을 지키는 ‘아이덴티티 경제학’

입력 2018.07.30 15:02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이 적과 싸우는 것은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히어로 정체성’이 작용을 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이상을 하나 꼽으라면 ‘가족’이다. 또 하나 더 꼽는다면 주체적인 여성성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인크레더블2>는 디즈니·픽사가 추구하는 2개의 지향점이 제대로 도드라진다.

[영화속 경제] 가족과 시민을 지키는 ‘아이덴티티 경제학’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은 막막하다. 히어로 활동이 불법이 된 뒤 직장마저 잃었다. 정부에서 제공한 사회적응 프로젝트는 끝나가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때 글로벌 기업 CEO인 데버는 제안을 한다. 히어로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 히어로 활동을 합법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사람으로 엄마 ‘일라스티걸’을 선택한다. 엄마는 세 아이를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에게 맡기고 새로운 임무에 뛰어든다. 아빠는 말한다. “나도 육아를 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말고 일해!”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딸 ‘바이올렛’, 수학숙제를 도와줘야 하는 아들 ‘대쉬’, 잠시만 한눈 팔면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는 막내 ‘잭잭’을 돌보는 것은 히어로 활동만큼이나 힘들다. 새로운 적 ‘스크린슬레이버’의 공격에 엄마 아빠가 위기에 빠진다.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은 초능력 가족이다. 초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싶은데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소시민으로 살아야 하지만 그러기엔 답답하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는다. 언더마인드가 은행을 털려 하자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은 자신들도 모르게 뛰어든다. 불법행동이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시민의 안전이 먼저다. 경제학자들은 사람은 경제적 유인이 큰 쪽으로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경제적 유인이 작은 쪽을 택한다.

외국에 머무르면 더 후한 대접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며 국내로 돌아오는 유명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의사결정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때로 사람의 판단에는 인종, 직업, 성별, 지역, 가치관, 규범 등이 영향을 미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는 이를 아이덴티티 경제학(정체성 경제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특정한 상, 즉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 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노약자석에 앉는 것은 꺼려진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유교적 규범이 영향을 미친 때문이다.

인간이 경제적 인센티브에만 반응을 한다면 임금을 많이 주는 직장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평판이 극히 나쁜 직장이라면 임금을 좀 더 준다고 해도 가기가 꺼려진다. 반대로 평판이 좋은 직장이라면 임금이 조금 적어도 기꺼이 택한다. 이는 경영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장 내 아웃사이더(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냥 일로만 치부하는 타입)가 많다면 임금지출이 많아지지만, 인사이더(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가 많다면 임금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은 곧 경영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미스터 인크레더블 가족이 적과 싸우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히어로로서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히어로 정체성’이 작용을 했다. ‘일라스티걸’은 엄마로서의 정체성도 있다. 밤이면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에게 세 아이의 안부를 묻는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자 “내일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히어로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어떤 것과 비교하더라도 가족을 능가하는 가치는 없다. 이것이 <인크레더블>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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