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세금정책 방향.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핀셋 증세'에 그쳐 정부의 결단이 필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논쟁의 막이 다시 올랐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6월 22일 공청회에서 종부세 개편안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재정개혁특위가 7월 3일 세재개편방안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이 확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반박과 이에 대한 시민단체와 진보적 지식인의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및 서대문구 일대의 아파트 밀집지역. / 김창길 기자
당초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은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돼 국회에서 다루게 된다.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는 자산 불평등 개선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이번 글에서는 종부세 개편안의 내용을 분석하고 다음편에서는 현재 이뤄지는 논쟁의 이면과 전망을 모색하려고 한다.
종부세가 위헌판결을 받았다고?
일단 부동산은 처음 구매하는 단계에서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후 부동산 보유단계가 되면 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보유세라고 한다. 재산세와 종부세가 대표적인 보유세다. 또 부동산을 팔게 되면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6년 기준으로 취득세에는 22조원을, 재산세는 10조원, 종부세는 16조원을 부과했다.
종부세와 재산세가 모두 보유세라면 이 둘의 차이는 뭘까. 재산세는 각 부동산별로 부과된다. 그리고 재산세는 지방세다. 따라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각 재산의 가액에 따라 누진돼 세금이 부과된다. 정부가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을 인별로 종합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종부세를 만든 이유다. 종부세는 국세다.
주택분 종부세는 주택공시가격에서 6억원을 제하여 과표를 산정하는 체계이다. 6억원 주택이 과세표준 0원이며, 공시가격 6억~9억원 주택이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주택이다. 6억원부터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을 통해 6억~9억원 주택에 1% 세율, 100억원 초과 주택에 3%를 부과하였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종부세와 관련해 세대별 합산 과세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소득이 없는 연로한 종부세 부과대상자를 위한 감면조항이 없는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 결정 이후,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종부세를 무력화했다. 종부세 세율과 과표구간을 조절한 것이다. 2008년 2조3000억원에 이르던 종부세는 2009년 1조원으로 급감했다.
온건한 재정개혁특위 종부세 개편안
문제는 당시 헌재의 결정이 세대별 합산과 부담능력이 없는 연로한 대상자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을 뿐이라는 데 있다. 종부세 자체에 대한 위헌 판결이 아니었다. 실제 헌재는 종부세 과표와 세율에는 문제가 없고 과도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세율 인하 정책은 헌재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헌재 결정을 기회로 종부세를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이번에 재정개혁특위는 종부세 개편방안을 공포하며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란 공시가격에 대한 과표 반영 비율이다. 즉 공시가격이 9억원이면 6억원을 제한 금액인 3억원이 과표가 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인 80%를 적용하여 ‘3억원×80%’인 2억4000만원에 세율 1%를 적용하여 산출세액은 240만원이 된다. 제1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10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2안은 세율 인상 및 누진도 강화이다. 주택은 공시가액 12억원(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각 구간의 세율을 차등 인상하고, 종합합산토지는 공시가액 20억원(과표 15억원) 초과에 각 구간 세율을 차등 인상한다. 제3안은 세율 인상 및 누진도 강화다. 제1안대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면서 제2안대로 부분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다. 제4안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차등 과세이다.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인상하고, 다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세율도 인상하는 분리안이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졌다. 재정개혁특위가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는 다루지 않은 채, 공정시장가액만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세율 인상 범위는 참여정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다주택자에 한해 세율 인상안을 고려하긴 했으나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시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한 것인가
부동산 관련 세제는 몇 가지 논점이 있다. 첫째, 공시가격 현실화가 핵심이다. 현재 주택 및 토지의 실거래가가 아니라 공시지가나 공시가격이 재산세 및 종부세 과표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의 과표 반영률은 약 50~60%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더욱 떨어진다. 역진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다. 공정시장가액을 100%까지 인상하는 방안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공시가격을 통해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공정시장가액을 적용할 만한 논리적 근거는 없다. 셋째, 세율 인상이다. 세율 인상은 세수적 측면이나 정치적 측면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합산과세가 위헌이 된 이후에 부부 공동명의시 과표를 절반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다주택자 중과세이다. 현재 다주택자 중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시 종부세가 면제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행위에는 추가부담이 필요하다.
부동산보유세 정상화는 자산 보유의 불균형도를 개선하는 자산 형평성을 위한 방안일 뿐만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지대추구현상 등 생산적이지 못한 부분에 자원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여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여정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개혁안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개혁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