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늘리면 “부자 지자체만 더 좋아진다”는 현실이 있다.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해 국세 대 지방세 비율 조정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 2에서 6대 4로 하겠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주장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된 재정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분권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국가의 근간인 조세구조까지 바꾸겠다는 것은 개헌에 준하는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 한 시민이 세금 납부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 결과 재정분권TF(위원장 윤영진 계명대학교 교수)가 만들어져서 재정분권에 관한 공약 이행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 말 발표되기로 했던 재정분권의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분권정책을 진행하는 청와대와 중앙정부 예산을 최대한 지키려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알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양자의 견해 차이가 재정의 총량보다는 지방의 실질적인 재량예산을 얼마나 늘릴 것이냐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중앙의 예산이지만 보조금으로 지방이 사용하는 예산을 지방예산으로 편성해주면 실제로 지방예산이 느는 것은 아니지만 숫자상으로는 지방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된다. 이것은 주로 기재부가 주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분식분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의 구조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지방세를 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내면 그곳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의 구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봐야 한다. 지자체 수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지방세다. 세외수입은 매각 등 일시적인 것이 아니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세는 국세가 80%, 지방 몫이 20%라서 규모 자체가 작다. 대통령의 공약은 이걸 늘리자는 것이었다.
다른 문제는 지방과 지방의 차이다. 어떤 곳은 자립이 될 만큼 지방세가 많지만 어떤 곳은 아무리 지방세를 늘려줘도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면 오히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 비율이 낮아지면 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도 함께 줄어드는 만큼 교통에너지환경세 내국세 전환,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월 11일 이 같은 내용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에 따른 지방교부세 변화 분석과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제도개선 방향’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는 실질적인 지방재정 분권 실현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6대 4까지 조정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를 일부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식으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만 높이면 교부세 의존도가 큰 18개 지자체는 재정수입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지방세 비율을 높여 국세가 줄어들면, 국세 중 내국세에 연동돼 지자체로 흘러가는 지방교부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필요 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국세 중 내국세의 19.24%를 지방 행정에 보조하는 제도다.
지방의 현실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국세·지방세 비율이 7대 3으로 조정되면 강원도에서는 철원·양구·인제 등 3개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약 12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3곳에서 13억원, 경북은 2곳 15억원, 전남은 10개 지자체에서 111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 충청, 경남에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지자체는 없었다.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 내에서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균형발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남의 경우 자체 세수가 많은 창원은 2637억원, 김해는 1118억원의 재정수입 증가가 예상됐지만 함양군은 25억원 증가에 그쳤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올해 일몰이 예정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개별소비세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휘발유·경유를 구매할 때 별도로 부과되는 소비세의 일종이다. 이는 지출이 정해진 목적세로 분류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와 달리 내국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내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 재원에서도 제외된다.
물론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안은 하나의 안일 뿐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는 지방분권이 단순히 중앙과 지방이 재정을 얼마나 더 차지하느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권을 명쾌하게 설명하려던 6대 4 논리가 오히려 족쇄가 되어 버렸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은 지방재정과 중앙재정제도의 전반에 큰 변화와 근본적 의식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만 조정하면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지방세 늘리면 ‘부자 지자체만 더 좋아진다’는 현실이 있다.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해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오히려 감소하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중앙과 지방의 갈등구도가 아니라 지방과 지방의 갈등구도가 생길 것이다. 치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