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모습 보여 주었고요. 또,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줬잖아요. 자, 이제 승패와 상관없이 한 경기 더 남았고, 세계 랭킹 1위 팀 아닙니까? 자,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6월 28일 새벽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완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에 패한 독일은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비록 8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한국은 세계 최강 독일을 침몰시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격언도 있듯이 세계 1위 독일을 이겼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비록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밤잠을 설친 국민들에게 통쾌한 승리의 기쁨을 선사했다.
6월 24일 월드컵 멕시코전이 끝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축구대표팀의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 등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한편 러시아 월드컵은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된 월드컵 한국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다. 경기를 관전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난 후 대통령 내외가 선수들이 석패의 슬픔을 미처 추스르지 못한 라커룸을 직접 찾아 침통한 분위기에 젖어 있던 선수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멕시코전에서 사력을 다했지만 승리하지 못한 손흥민 선수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마치 경기에 진 선수가 애써 참았던 눈물을 부모 앞에서 펑펑 쏟듯이 오열하는 모습이 그가 얼마나 슬픔에 잠겨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주었다. “괜찮아, 잘했어, 잘했어”라며 문 대통령이 손흥민 선수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손흥민 선수 어깨 감싸 준 문 대통령
“여러분들 많이들 아쉬울 텐데,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랬으면 된 거지요. 충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고요. 또,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줬잖아요. 자, 이제 승패와 상관없이 한 경기 더 남았고, 세계 랭킹 1위 팀 아닙니까? 자,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 국민들 다들 아쉬울텐데, 그래도 여러분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아주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다들 파이팅입니다. 다들 파이팅 한 번 하세요. 파이팅!”
잔인한 승부의 세계, 눈물의 경기장에서 대통령의 진심어린 위로가 힘이 되었는지 28일 새벽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완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살다보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를 하거나 격려를 해주어야 할 상황에 종종 처하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위로와 격려가 되는지 어디서든지 정확하게 배운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원(願)이지만’ 막상 기회를 놓치거나, 혹은 위로나 격려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난감한 처지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먼저, 위로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다. 그리고 격려는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로는 항상 격려보다 먼저 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위로를 해 준 후에 격려가 따라야 그 격려가 용기나 의욕을 북돋워 줄 수 있다. 격려의 효과는 위로 받은 마음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즉, 충분히 위로 받아야 그만큼 용기가 솟아난다.
위의 문 대통령의 말 중에 앞 부분, 즉 “여러분들 많이들 아쉬울 텐데,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랬으면 된 거지요. 충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고요. 또,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줬잖아요.” 이 부분이 위로에 해당한다. 먼저 위로를 해 주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다음에 나오는 격려의 말에 큰 용기와 의욕을 느끼게 됐다.
선수들 마음 더 많이 공감해 줘도 좋아
대통령 앞에서 오열한 손흥민 선수는 “대통령님께서 많이 위로해주셨다. 선수들 잘했다고, 다음 경기 잘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선수들도 조금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이 실망하고 기도 죽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나라를 위해 해야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죽기 살기로 해야죠”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말은 따뜻한 위로의 말에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위로의 정의로 돌아가면, 위로는 괴로움이나 슬픔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전제한다. 좀 더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너를’ 위로하는 것인데, ‘너는 지금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위로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네가 얼마나 큰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느끼고 표현해야 한다.
공감은 먼저 ‘너’를 주어로 시작하여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명료하게 해 주어야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대통령의 말씀 중에 첫 부분, 즉 “여러분들 많이들 아쉬울 텐데”라는 부분이 바로 공감에 해당한다. 열심히 싸운 선수들이 아쉽게도 패했을 때 느꼈을 ‘너’의 감정을 한마디로 “많이들 아쉬울 텐데”라고 명료화해 주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위로의 말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다. 패배한 선수들의 마음을 더 많이 공감해 줬으면 좋았을 거란 점이다. 공감의 말이 있긴 했지만 너무 짧았다. 두서너 문장으로 좀 더 선수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었다면 선수들은 훨씬 더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위로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너’의 감정을 공감해 줌과 동시에 ‘나’의 감정이나 생각도 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랬으면 된 거지요. 충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고요. 또,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줬잖아요.” 이 부분이 ‘너’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하는 부분이다. ‘네’가 최선을 다했다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로를 하면서 저지르는 실수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위로의 말을 성급히 전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는 상대의 감정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너)과 함께 (나) 슬퍼하고, 기뻐하는 사람(너)과 함께 (나) 기뻐하는 것’이 ‘마음 통하기’의 기본이다.
독일과의 경기가 끝나기 직전, 거의 50m 이상을 전력으로 질주하며 텅 빈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리고 기뻐하는 손흥민 선수는 더 이상 라커룸에서 오열하던 그 손흥민 선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