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시들에는 도시계획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그 면적은 전국 1만900여 곳에 504㎢에 달한다.
우리 국토의 70%가 산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녹지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모순이 생긴 이유는 국토의 16%에 불과한 도시지역에 몰려 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한강공원 서래섬을 찾은 시민들이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한국의 도시화율은 83.2%이다. 그러므로 산은 우리에게 일상생활에서는 다가오는 녹지가 되기 힘들다. 이른바 도시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한다. ‘도시 숲’은 ‘차가운 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온도가 1~5도 정도 낮고 숲 주변 50~80m까지 시원하다. 이외에도 도시 숲은 미세먼지 제거나 홍수 피해 방지 등 많은 혜택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사라질 ‘도시의 허파’ 도시공원
선진국의 1인당 공원면적은 20~30㎡/인 수준이다. 주요 도시의 공원면적은 캐나다 토론토(29.7㎡/인), 영국 런던(24.2㎡/인), 프랑스 파리(10.35㎡/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8년 4월 기준으로 7.6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자 질의·답변에서 1인당 공원면적을 세계보건기구 기준(9㎡/인)에 충족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 도시공원 면적이 2020년 7월부터는 오히려 1인당 4㎡ 수준으로 줄게 될 예정이다. 왜냐하면 7.6이라는 기준에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면적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도시계획이 내년 7월로 효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도로·공원·녹지 등 공공시설 건립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시설은 2020년 7월부터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도록 위헌취지로 판결했다.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우리 도시들에는 도시계획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그 면적은 전국 1만900여곳에 504㎢에 달한다. 이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으로 분류한다. 서울의 면적이 605.21㎢이니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이 서울의 80%가 넘는 셈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9년이다. 이곳에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재산권 행사의 제약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이 가지는 정책의 정당성과 주민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헌법재판소는 결단을 내린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도로·공원·녹지 등 공공시설 건립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시설은 2020년 7월부터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도록 위헌취지로 판결했다.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무려 2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은 도시계획이 가지는 공공성과 정책의 일관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 21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막대한 재정부담 때문이다.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것은 도시공원에 국한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경기도 성남시의 학교부지 문제였다. 그야말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교통시설, 환경시설 등 51개 시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중 도시공원은 녹지, 유원지, 광장 등과 함께 공간시설로 분류된다.
국토부의 길이냐 서울시의 길이냐
문제는 이 판결을 국토부가 획일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애초 헌법재판소는 3%에 해당하는 대지에 대해 이용제한이 과도하니 보상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2000년 국토부는 97%가 임야인 도시공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시켜 버렸다.
이로써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공원의 역할을 하던 도시의 실제 산들이 개발의 위험 앞에 놓이게 됐다. 만약 지방정부가 이 사유지들을 전부 매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토부의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2016년 기준 전국 도시공원 면적은 942㎢이다. 이 중 전체 또는 일부가 미조성된 ‘미집행 결정면적’ 639㎢에서 집행된 면적을 제외한 면적이 미집행 면적이다. 따라서 조성되지 않은 미집행 공원의 면적은 504㎢(53.49%)이고 이 중 국·공유지가 112㎢(26%),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로 다양한 보상수단 마련이 시급한 곳은 10년 이상 미집행 공원의 사유지 중 대지로, 면적은 7㎢(3%)이다.
그런데 국·공유지는 소관부처인 산림청, 국방부, 기재부, 문화재청 등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도시공원은 사유지니까 해제하고, 국·공유지는 도시공원이니까 해제한다는 논리이다. 결국 다 해제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국·공유지가 많은 이유는 실질적인 공원 기능을 발휘하던 곳을 조선총독부나 건설부에서 지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만들어 이 땅들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30%까지를 주택 등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지역을 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국 70개 지역이 민간공원으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는 올해 4월 5일 ‘도시공원 전부보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헌재의 판결을 국토부와 다르게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우선보상대상지 보상계획’과 ‘자연공원구역제도 적극 활용’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우선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구역은 우선보상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1조6000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구역은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를 도입하여 일몰을 벗어나고 장기적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도시공원은 이제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국토부의 길이냐 서울시의 길이냐에 따라 1인당 도시공원면적은 두 배 이상 차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민선 7기 자치단체장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단체장들도 모르고 공무원들도 모르고 시민은 더더욱 모르는 도시공원, 이것을 아는 개발업자들의 의도대로 될 경우 우리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질 것이다. 아는 것이 병이 아니라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