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의 국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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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위의 국제금융시장

입력 2018.06.25 15:53

  • 박복영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칼럼]살얼음판 위의 국제금융시장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이후 한 주 동안 원·달러 환율이 무려 40원 가까이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4%가량 떨어진 것이다.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정치적 위험이 분명 크게 줄었지만 원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였다. 나아가 원화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환율 급등의 계기는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의제를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500억 달러의 중국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다시 꺼내들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동일한 규모로 미국 수출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관세 부과 대상 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역전쟁의 암운이 이번 환율 급등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더 근원적 요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미국이 긴축의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빠르게 선회한 것이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6월 1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금리를 인상했으며 앞으로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의 속도도 빨라졌다. 이런 자본이동의 역전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나라는 기초체력은 부실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으로 경제를 떠받쳐 왔던 나라들이다. 터키·아르헨티나·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두 번이나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이미 실질적인 파산상태에 있었기에 국제적 파장은 크지 않았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곳은 터키다.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한 에르도안 정권은 경제성장에 명운을 걸고 있다. 성장률을 7%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채를 이용해 무리한 투자를 하고 돈을 풀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은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어섰다. 올해에만 터키 리라의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 터키 정부는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리라의 추가 급락을 막았지만 그것으로 자금 유출의 압력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위기는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그 원인과 행태는 제각각이다. 1980년대 중남미에서는 재정적자가, 1997년 아시아에서는 기업의 부실이, 2007년 미국에서는 모기지 대출의 부실이, 2012년 유럽에서는 국가채무가 위기의 발단이 되었다. 이번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이동의 역전에 무역전쟁이라는 새로운 요인이 추가되는 형국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예측하려 해도 실패하는 이유는 위기가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기를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가계든 무리한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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