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박물관 한 귀퉁이, 조명마저 다소 비켜간 자리
못생긴 질그릇 하나 놓여 있다.
본래부터 그 자리가 제 자리인 양
자리를 잡고 앉은 질그릇.
아무것도 보일 것 없는 속, 모두 드러내놓고
그저 그렇게 놓여져 있다.
있는 속, 없는 속 모두 드러내놓고 사는 요즘.
아무리 속 다 드러내놔도
들여다보는 이 하나도 없는,
지지리 못난 질그릇 하나
세상 한 귀퉁이,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질그릇은 초벌로 구워서 유약도 바르지 않고 무늬도 없다. 깨어져도 쉬이 부스러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초라하고 바보 같은 그릇은 그저 담기는 것만 보듬을 뿐 이름도 없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처럼. 어디서 무엇을 담았다가 박물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까.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