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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에너지환경세’의 비효율적 쓰임새

입력 2018.06.19 15:39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세금이 있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살 때 부담해야 할 세금이다. 그런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이미 2009년도에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10년 전에 폐지 법률안이 통과된 이 세금이 왜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을까?

서울 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게시물. / 연합뉴스

서울 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게시물.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세목이 있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그리고 법인세다. 이 3대 세수는 많이들 알고 있다. 소득세가 약 75조원, 부가가치세가 67조원, 법인세가 59조원이다. 그런데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바로 다음가는 4대 세수가 바로 교통에너지환경세다. 교통에너지환경세로 걷히는 세수는 15조원이나 된다.

교통환경에너지세로 걷히는 15조원을 개소세로 걷는다면 이는 특정한 용도나 목적이 정해지지 않게 된다. 국가의 일반회계 재원이 되어서 복지에도 쓰일 수 있고 국방에도 쓰일 수 있다.

2009년에 폐지 법률안 통과됐는데…

오늘 아침에도 휘발유를 주유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됐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넣을 때, 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ℓ당 375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2009년도에 이미 폐지 법률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아가 폐지 법률안 통과가 법률로 성립하기 위한 절차인 정부 공포까지 마쳤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정부 공포까지 마친 이후, 폐지 시점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교육세나 농어촌특별세 등 폐지 전에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3년이 지나 2012년이 됐다. 그런데 그때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3년을 추가 연장했고, 2015년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올해 말에야 폐지 연장시점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를 일몰종료라고 하는데, 만약 올해 연장이 되지 않으면 폐지 법률안이 통과된 지 10년 만에 드디어 폐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아직도 정비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4차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폐지 법률안이 통과된 이후에 폐지절차를 정비하는 데만 10년이 흘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할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된다 해도 일반 소비자가 내야 할 세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는 같은 금액만큼의 세금을 개별소비세(개소세) 형식으로 납부하게 된다.

개별소비세보다 아직까지 특별소비세(특소세)가 더 익숙한 분들도 있는데 특소세가 이름이 바뀌어 만들어진 세목이 개소세다. 결국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목적세가 폐지되면 개소세라는 일반 보통세 형식으로 휘발유나 경유에 세금이 부과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목적세로 세금을 내든, 개소세라는 일반 보통세 형식으로 세금을 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15조원에 달하는 세금의 쓰임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목적세이기 때문에 법이 정한 특정한 목적에만 쓰여야 한다. 이름은 교통에너지환경세지만 실제 쓰이는 곳은 ‘교통’이 대부분이다. 교통시설에 의무적·법적으로 80%를 쓰고 환경부분에 20%를 써야 한다.

반면 15조원을 개소세로 걷는다면 이는 특정한 용도나 목적이 정해지지 않게 된다. 국가의 일반회계 재원이 되어서 복지에도 쓰일 수 있고 국방에도 쓰일 수 있다.

우리나라 재정 관련 잘못된 신화 중 하나는 돈이 없어서 쓰고 싶은 곳에 지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돈이 많이 남아서 억지로라도 써야 하는 곳이 의외로 있다. 바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대표적이다. 15조원 중 80%인 12조원을 교통시설 부분에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이렇다 보니 특별히 필요한 교통시설에 지출할 곳이 생겨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된 12조원을 쓰고자 교통시설 관련 지출 사업계획을 세우게 된다.

국토부의 부처 이기주의

특히 국토부 규칙에 따라(교통시설특별회계법 시행규칙) 12조원 중 도로에는 매년 약 45%를 써야 하고 철도에는 매년 약 35%를 써야 한다. 항만에는 10% 이하를 지출해야 하고, 공항에는 7% 이하를 지출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써야 할 돈이 있으면 돈을 쓰기 위해서 사업을 만들어서라도 도로를 놓고 철도를 놓고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정해진 돈을 쓰기 위해서 불필요한 SOC사업을 해야 하는 구조는 시급하게 고쳐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가령 교통시설에 가는 80%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 교통에 80%, 환경에 20% 지출하는 비율에서 벗어나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중을 더 높이면 어떨까.

만약 환경에 1조원이 필요하다면 1조원을 조달해야 하는 거고, 2조원이 필요하다면 2조원을 조달하는 것이 맞다. 수입규모에 지출규모를 맞추려면 반드시 실제 필요한 지출보다 더 많이 지출하거나 또는 더 적게 지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시행규칙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토부가 편하게 자체 예산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부처는 지출계획을 만들고 그 예산편성액에 맞춰 세입액수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으로 처음부터 연 12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국토부 입장에서는 없애기 싫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부처의 이기주의가 국가의 효율적 재정운영 방식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올해 폐지 시점을 4차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는다면 올해 말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폐지되고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자연적으로 개별소비세로 납부되게 된다. 개별소비세로 납부되면 보통세 재원이 그만큼 상승해서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는 소중한 재원이 될 수 있다. 어떤 곳에 얼마나 써야 할지는 국민적 합의, 정치적 결단, 또는 행정적·경제적 필요에 맞춰 정해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 필요 없는 도로가 자꾸 건설되는 이유, 바로 이 세금과 예산구조에 있었다.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SOC에 쓰일 돈은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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