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나라 새는 참매, 미국은 흰머리독수리입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은 나라 새를 상징하는 국가원수 전용기를 띄웠습니다. 참매 1호와 에어포스 원이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건 싸움터와도 같은 회담장을 향해, 대륙을 건너 수천㎞를 날았습니다. 문득 백기완 선생님이 어린 시절 할머니께 들었다는 ‘장산곶매’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황해도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끊어진 곳에 장산곶이란 마을이 있었다. 산맥과 바다가 맞부딪치는 곳이라 물살이 드세고 땅의 기운도 센 곳이어서 약한 것들은 살아 남질 못했다. 그 장산곶에 우거진 숲이 있었고 항상 정기가 서려 있었는데 그 숲에 장산곶매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산곶매는 이 숲 속 날짐승들 중 으뜸인 장수매를 일컫는데, 이 놈은 주변의 약한 동물은 괴롭히지 않을 뿐 아니라 1년에 딱 두 번 먼 곳으로 사냥을 떠났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부리질을 하며 자기 둥지를 부수었다. 장산곶매가 한 번 사냥을 나선다는 건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이었으므로 그 부리질은 마지막 입질 연습이요, 또한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까지 부수는 정신적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장산곶매가 무사히 부리질을 끝내고 사냥을 떠나면 이 마을에는 행운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장산곶 마을 사람들은 장산곶매가 부리질을 ‘딱- 딱-’ 시작하면 마음을 조이다가, 드디어 사냥을 떠나면 바로 그 순간 봉화를 올리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 그런데 하루는 먼 대륙에서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쳐들어와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송아지도 잡아가고 아기도 채가고 농사 지은 것도 다 망가뜨려버리고 사람들이 많이 죽기도 했다.
사람들이 슬퍼하고 기운이 빠져 있을 때 장산곶매가 날아올랐다. 동네 사람들은 징과 꽹과리를 치면서 응원했다. 독수리는 그 큰 날개를 한 번 휘두르면 회오리가 일어날 지경이었고, 장산곶매는 그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았다. 싸움은 밤새 계속되었고 흰옷 입은 사람들의 옷에 뚝뚝 붉은 피가 떨어졌다. 장산곶매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지만 워낙 큰 독수리라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장산곶매가 독수리 날갯죽지의 약점을 집중 공격하자, 독수리는 땅 위로 떨어져 버렸다.
천신만고 끝에 싸움을 이긴 장산곶매는 벼랑 끝 소나무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바위틈에서 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구렁이가 독 이빨에 혀를 날름거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하는 게 아닌가.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징을 치며 응원하자, 힘을 얻은 장산곶매는 다시 힘을 다해 발톱으로 구렁이의 눈을 찌르며 움켜쥐고는 훨훨 힘든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막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마을은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백 선생님도 연로하시고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힘들어하고 계신데, 이제 누가 이런 신나는 얘기를 들려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