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로 섬에 사는 모든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자 인류는 딜레마에 빠진다. ‘멸종위기’에 빠진 이 인조(人造) 공룡들을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제목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원제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니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프 골드브럼, 저스티스 스미스
상영시간 12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18년 6월 6일
UPI코리아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왜 공룡에 집착하는 걸까. 아닌게 아니라 남자아이들은 유아기 성장 때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다. 공룡, 로봇, 자동차(미니카). 우리 애도 예외가 아니었다. 열정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식는다. 아이들의 공룡 집착은 공룡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지배욕 내지는 어떤 감정 때문일까? 아니면 포켓몬 몬스터들을 줄줄 외울 때처럼 공룡지식을 나열할 때 사람들이 우쭈쭈 칭찬해주는 데 으쓱함 같은 거? 잘 모르겠다.
어린이 관객이 열광할 어린이 주인공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형적인 가족영화다. 얼마 전 개봉한 <데드풀2>의 농담 섞인 주장이 아니라 진짜다. 가족영화 공식에 맞춰 만든 영화다. 무시무시한 공룡이 주인공들을 쫓으며 위협하지만 서스펜스는 딱 거기까지. 사지절단이나 피 분수…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 12세 관람가 가족영화니까.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관객들이 이입할 어린이 주인공도 필요하다. 전편이 외딴섬에 만들어진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에 놀러온 최고경영자 클레어의 조카들이 겪는 모험을 다룬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설립자 존 해먼드의 동업자인 록우드의 손녀 메이지가 등장해 주인공 남녀 커플, 남자 주인공 오웬과 개과천선한 클레어와 함께 유사가족(!)을 이뤄 공룡들에게 쫓기고, ‘악당’들에 맞서 싸운다.
영화 <쥬라기 공원>(1993)에서 호박 속 모기로부터 존 해먼드 박사가 공룡 DNA를 추출해내는 장면.
2편의 이야기는 화산 폭발로부터 시작한다. 망해버린 ‘쥬라기 공원’에 이어 시리즈 리부트에 해당하는 ‘쥬라기 월드’ 테마파크가 있는 섬(이슬라 누블라)은 코스타리카 인근의 무인도였는데, 유전자 조작 전문회사 인젠이 구입해 그곳에 공룡을 키웠다. 물론 이 섬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과 영화 속에만 나오는 가상의 섬이다. 화산 폭발로 섬에 사는 모든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자 인류는 딜레마에 빠진다. ‘멸종위기’에 빠진 이 인조(人造) 공룡들을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중심인물인 카오스 과학자 이안 말콤이 청문회에 출석해 이 딜레마 상황에 대해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증언을 한다.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의 페르소나인 이 인물은 ‘괴수물’ 장르에서 “인간의 헛된 욕망이 결국 이러한 재앙을 만들어냈다…”는 깨달음을 설파하는 현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괴수물/가족영화의 내러티브 진화 공식을 따르고 있다. <킹콩>(1933)이나 <고지라>(1956)의 주인공 괴수는 인간세상에 갑자기 나타나 파괴를 일삼는, 난장판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내러티브가 전개되면서 괴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및 관객)의 시선은 묘한 연민 내지는 이해로 미묘하게 이동을 하는데, 후속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이들 괴수의 위치는 자신보다 더 큰 악당, 이를테면 우주로부터 온 괴수에 맞서 ‘지구’(그리고 인간 내지는 인류문명)를 지키기 위해 스펙타클한 싸움을 벌이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벨로시랩터 ‘블루’가 그렇다. 영화는 블루가 어린 시절부터 오웬에게서 훈련을 받으며 강력한 유대감 및 리더십에 대한 복종과 같은 감정을 키워 왔다고 설정하고 있다. 블루는 전작과 이번 영화의 가장 큰 빌런 ‘인도미누스 렉스’에 맞서 싸워 오웬과 여자아이 메이지를 지켜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가족영화의 공식에 맞춰 선과 악, 우리 편과 악당을 명확하게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공룡을 실은 마지막 화물선이 섬을 떠날 때 주인공들이 마지막으로 최후를 목격하는 공룡은 초식룡 브라키오사우루스다. 왜? 스토리 전개상 ‘죄 없는 희생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공룡들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그 ‘비극’의 의미가 달라지니까.
명확한 선과 악, 우리 편과 악당
진도 나가자.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나쁜 사람은 누가 처리해야 할까? 딩동댕. 영화에 새롭게 등장하는 최상위 빌런 공룡, 이 영화의 경우 ‘인도미누스 렉스’다. 그리고 이 최종 보스는 우리의 유사가족 연대, 주인공들과 이제 주인공과 한편을 먹은 공룡이 연합해 ‘모든 난관을 헤치고, 가까스로’ 물리칠지어니. 뭐 공식과는 전혀 벗어나지 않게 착착 만들었으니 스릴은 스릴대로, 웃어야 할 포인트는 웃는 대로 느긋이 즐기면 되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드디어 섬에서 벗어난 공룡들이 북미대륙 전역에 퍼진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청문회에 참석한 이안 말콤의 발언(쥬라기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jurrasic world))이 절묘하게 편집되어 있다. 그게 꼭 록우드 저택의 지하 경매 쇼에서 탈출 버튼을 누른 어린이 메이지의 탓이라고만 볼 수 없다. 영화의 오프닝에 덧붙여놓은 일화에 따르면 이슬라 누블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닷속에 만들어진 장벽의 문은 이미 화산 폭발 이전에 사고로 개방된 상태였다. 수생 거대 포식공룡들은 이미 대서양 바다로 탈출한 뒤였다! 이건 어쩌면 앞으로 나오게 될 후속편을 위한 떡밥일지도 모르겠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과학적 오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슬라 누블라는 가상의 섬이다. 따라서 공룡 테마파크는 실제 존재한 적이 없다. 당연히 전편의 주된 이야기 소재였던 2015년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수상한 보도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인류는 공룡의 DNA를 복제해 복원에 성공한 적이 없다.
이 모든 그럴 듯한 ‘구라’의 출발점은 시리즈의 첫 작품인 <쥬라기 공원>(1993)에서 존 해먼드 박사가 호박 속 모기 뱃속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공룡의 피로부터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건 실제 가능한 이야기일까. 고생물학자들은 “모기 뱃속의 피를 복제하더라도 나오는 것은 모기일 뿐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공룡의 DNA가 일부 남아있더라도 이미 분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복원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에 따르면 쥬라기 공원과 월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공룡들은 과거 지구상에 현존했던 그 공룡들이 아니다. 과거 공룡의 DNA들과 현생생물, 예컨대 개구리의 DNA를 교집합해 만들어놓은 일종의 ‘키메라’에 가까운 어떤 것들이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대한 ‘과학적 입장에서의 비판’으로 흔히 제기되는 것이 이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공룡의 대부분이 쥬라기에 실존한 공룡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룡이 나중 백악기 때 번창한 종(시리즈마다 꾸준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트리케라톱스가 대표적인 백악기 공룡이다)이라는 것인데, 이번 편에서 오웬 일행이 록우드 저택 지하감옥에 갇혀 있을 때 맹활약을 하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역시 백악기 후기 공룡이다. 하지만 이 공룡들이 다 유전 조작 회사 인젠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시대고증 오류’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애초 설정부터 쥬라기는 그냥 공룡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메타포에 불과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