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이 받는 월정수당은 보통 근로소득자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과세가 잘되고 있다. 문제는 매월 받는 의정활동비다. 매월 100만원 이상 정액제로 받고 있는 의정활동비에는 과세가 되고 있지 않다.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을 길에서, 전철역 앞에서 만날 것이다. 이 후보들은 물론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급여는 얼마나 받고 있는지, 그리고 급여 받는 것만큼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서울의 한 세무서에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강남구의원과 울릉군의원의 연봉 차이
지방의회 의원의 급여는 공무원처럼 정확한 급수와 호봉을 부여하고 그 체계 내에서 받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서 정하게 된다.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곳은 역시 서울시다. 서울시 의원은 연간 4600만원의 수당과 1800만원의 의정활동비를 지급받아 연봉 6400만원 정도 급여를 받게 된다. 공무원 월급 기준으로 보면 4~5급 정도 되는 대우다. 반면 전라남도 의원의 연봉은 5700만원 정도다.
이 급여는 어디에서 정할까?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게 된다면 조례는 지방의원이 만드는 것이니 의원들이 자기 월급을 자기가 정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급여를 본인이 정할 수는 없다. 일단 지방자치법에 따라 급여한도가 정해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급여한도가 지자체의 ‘재정력 지수’와 연동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처럼 재정이 좋은 지자체는 의원 급여한도가 높고 재정력 지수가 낮은 지자체의 의원 급여한도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과 전남도 의원의 급여 차이는 이렇게 발생한다. 나아가 금액도 의원들이 정하는 것은 아니고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법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급여규모를 정한다.
기초의원 급여 역시 마찬가지 구조를 통해 각각 조례로 정해진다. 급여가 가장 높은 기초의원은 서울 강남구다. 강남구의원은 연 3600만원 수당과 연 1300만원 정도의 의정활동비를 받는다. 합치면 연봉 5000만원가량이다. 반면 울릉군의원은 연 1700만원 수당에 연 1300만원 의정활동비를 받아 연봉 3000만원 수준이다.
지방의원들의 연봉이 높다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연봉은 법으로 정해진 한도가 있고, 지방의원들이 지역예산 사업을 잘 감시하면 지자체의 예산을 아끼고 줄일 수 있다. 예산 감시만 잘해도 지방의원들의 월급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내는 세금, 지방의원은 왜?
급여를 받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이는 월급쟁이도 공무원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방의원은 어떤 특혜가 있다. 지방의원이 받는 월정수당은 보통 근로소득자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과세가 잘 되고 있다. 문제는 매월 받는 의정활동비다. 매월 100만원 이상 정액제로 받고 있는 의정활동비에는 과세가 되고 있지 않다. 국세청은 지방의원 의정활동비는 비과세로 해석하고 징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수당은 인건비여서 세금을 걷지만 의정활동비는 물건비여서 소득세 대상이 아니라 ‘실비 변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비 변상적’이란 말은 실제로 쓰는 돈을 변상해준다는 의미다. 의원들이 의정활동비에 지출하는 데 소비할 돈이니 의원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에도 쓸 수 있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다. 의정활동비를 어디다 써야 한다는 아무런 규칙도, 관례도 없다. 그냥 월급과 동일하게 쓰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만약 의정활동에 쓰라고 지급한 돈이 실제로 의정활동에 사용된다면 비과세가 맞다. 그런데 만약 의정활동비가 물건비라면 영수증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증빙을 제출하지 않고 개인적인 지출에 쓸 수 있다면 과세하는 것이 소득세법에 맞다.
문제는 또 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가 비과세라는 조항을 소득세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근로자의 월 20만원 이하 식대나 기자들의 월 20만원 이하 취재수당은 비과세다. 이들은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소득세법에 비과세라고 열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빙이 필요없다. 하지만 의정활동비는 그렇지 않다.
소득세법은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돈은 그 명칭과 상관없이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적으로 쓴 돈이 아니라면 증빙을 해야 한다. 아니면 소득세법상 비과세로 열거된 소득만 비과세가 된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2003두 3089)를 보면 정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업무와 관련됐다는 증빙도 없으면 과세대상 근로소득에 포함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에 과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의정활동비를 순수하게 의정활동에만 쓴 지방의원이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실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하는 등에 의정활동비를 쓰는 의원들도 많다. 이렇게 의정활동에 돈을 썼는데 거기에 개인소득세를 내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 개인이 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정활동비와 관련해 소득세법에 한도금액을 정하고 비과세라고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 20만원 이하의 의정활동비는 비과세라고 명시하면 20만원까지는 증빙하지 않아도 비과세가 되고, 20만원 초과하는 의정활동비는 과세가 된다.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의원이 실제로 의정활동비 100여만원을 의정활동에 쓴다면 초과금액은 증빙을 갖춘 부분만 비과세로 인정해야 한다.
지자체 발전을 위해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원은 보좌진을 둘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주민들과 자주 간담회도 해야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에 실제로 돈을 쓴 의원은 투명한 증빙을 통해 소득세를 내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 방안은 소득세를 내는 게 아까워서라도 지급된 의정활동비를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에 쓰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요즘 ‘특권 내려놓기’가 대세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 동네 지방의원 후보자가 증빙을 갖추지 않은 의정활동비에 과세를 하는 것에 찬성하는지를 물어보고 요구하는 것이 어떨까. 안타깝지만 이들은 당선되기 전에 더 귀를 기울이고 유권자의 말을 더 잘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