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의자 위에 두 개
두 개의 의자 위에 세 개
세 개의 의자 위에 네 개
네 개의 의자 위에 다섯 개의 의자가 있다.
다섯 개의 의자 위에 아홉 개
아홉 개의 의자 위에 스무 개
스무 개의 의자 위에 쉰한 개의 의자가 있다.
의자, 의자, 의자가 의자 위에 있다.
더 많은 의자가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의자가 있다.
우리는 날마다 더 많은 의자에 앉는다.
수백, 수천 개의 의자에 앉는다.
의자 위에서, 의자 아래서
의자의 무게는 없어진다.
의자 위에서, 의자 아래서
의자는 의자를 누르지 않는다.
우리는 의자를 누르지 않았다.
떠받들 뿐이다.
의자에 앉아서 의자들을,
머리 위의 의자들을
떠받칠 뿐이다.
내 의자는 어떤 의자를 누르고 있는가. 또 어떤 의자를 떠받치고 있는지. 내 머리 위에 없어도 되는 의자에 앉은 이들은 누군가. 선거가 코앞이다. 존재감 없는 의자들이 온 거리를 휩쓸고 다닌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