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5월 광주의 진실이 모란꽃처럼 펼쳐지기 시작한다. 벙그는 종소리가 코만 베어오고 머리만 떼어온 것이 아니라 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아 세상에 울려퍼지길….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깨비><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