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시청자의 안방에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누구나 방송사가 원하면 전파를 송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적격한 자격이 되는 사업자만이 가능합니다. 방송은 공적인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를 이용한다는 것은 공공성을 위해 복무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같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얼마 전 목격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 이야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JTBC가 전세계를 호령하는 K팝 아이돌 가수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29일 첫 방송됐습니다.
JTBC 화면 캡처
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예능인 MC들, 그리고 자사 아티스트와 함께 전국의 기획사를 다니면서 가능성이 있는 연습생이나 데뷔 가수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조합해 훈련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남녀 각 9인조로 구성된 두 팀은 마지막 대결로 데뷔조를 가렸고, 남자팀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 데뷔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하지만 1월 중순 프로그램 종영 뒤 데뷔 소식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4월로 예정됐던 마지노선은 지켜지지 않고 데뷔 무산과 관련한 설만 무성했습니다. 결국 5월 초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무산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당시부터 ‘거대 기획사가 소규모 기획사에 부리는 갑질’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양현석 대표가 나이가 많은 연습생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거나 외모나 실력 외적인 부분으로 독설을 내뱉는 부분이었죠. 가수 데뷔의 꿈을 갖고 있는 연습생 참가자가 이 모든 수모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거대 기획사, 그리고 방송사의 선택을 받으면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와 방송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들의 꿈은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원래 프로그램은 연습생들의 데뷔 조건으로 4개월 국내 활동과 추가적인 해외 활동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후속작이 <프로듀스 101>처럼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자 주최 측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을 고민했지만 이를 지혜롭게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나몰라라’ 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방송은 시청자의 신뢰를 통해서 의미와 재미를 구축합니다. 출연자가 하는 말이 거짓으로 생각되는 방송을 시청자들이 볼 리는 만무합니다. 방송사와 기획사의 달콤한 장밋빛 구상에 자신의 젊음과 꿈을 내건 출연자들, 그리고 그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던 시청자들. 심지어 많은 시청자들은 자신의 돈을 들여 문자투표를 하며 출연자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냈습니다. 이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 받을 수 있을까요. <믹스나인>은 여러 면에서 우리 방송사의 흑역사로 남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