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선생님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화학 선생님

입력 2018.05.14 13:51

  • 정양(1942~ )

중간고사 화학 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O× 문제였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들고 와서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 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그러시고는 다음 차례 점수를 매기셨다
모두들 선생님의 장난말인 줄로만 여겼는데
며칠 뒤에 나온 내 성적표에는 화학 과목이
정말로 100점으로 적혀
그 점수가 영 믿기지 않았지만
백발 성성한 지금도 이 세상에는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다는 걸
나는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선생님은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화학(和學) 선생님이셨을까. 옳은 것이 60점보다 많은 세상인 것을 믿게 해주는 100점 세상이면 좋겠다. 지혜를 주는 선생님들을 생각합니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