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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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을 끌어안는다

입력 2018.05.08 10:18

  • 김금용(1953~ )

가파른 산 위로 오를수록
너럭바위가 팔 뻗쳐 길을 막는다
제 안에 각을 부수고
잡아당긴다 끌어안는다
말 건넨 적 없고 표정도 없지만
긴 팔이 쭉 나온다
길 잃은 이들을 불러들인다
호주머니에서 삐져나오는 카드 영수증
연락 두절된 전화번호와 전하지 못한 쪽지,
비집고 나올 공간을 찾지 못해
귀갓길에 운전대를 잡고 내지르는 비명,
다 털어 버리라고 잡아당긴다

너럭바위가 각진 모서리를 끌어안는다
빗물과 짠 눈물 바람으로 닳도록 두들겨
수직과 수평 틈으로 링거 병을 꽂는다
진달래와 얼레지꽃, 붉은 병꽃과 손을 잡는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앞길이 막막해도
도봉산 청계산 관악산 산마다
비집고 들어갈 뜨거운 혈을 만든다
각이 무너진다
진달래 얼레지 산벚꽃 둘레길이 열린다
앞길이 뚫린다

야생화가 어우러진 등산길에는 삶의 고단함에 지친 이들을 쉬게 하는 너럭바위가 있다. 날카로운 모서리 각도 무너뜨리고 치미는 화도 잠시 내려놓으면 얼레지, 산벚꽃이 보이고 아름다운 둘레길이 열린다. 또 한 주를 뚫자.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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