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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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TV]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리얼리티’

입력 2018.05.08 10:18

  •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4월 27일은 TV방송을 보며 “이거 실화냐?”고 묻고 싶었던 하루였습니다. 판문점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오전 9시29분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사이에 그어진 군사분계선 위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상봉 장면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로 ‘깜짝 월경’을 하는 장면, 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소개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개인적으로는 ‘도보다리 회담’으로 불리는 정상 간의 독대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남북 정상이 차례로 경호인력과 수행인력을 물리고는 도보다리 쪽으로 향하더니 준비된 테이블에 앉아 30분 넘게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끊임없이 손을 써가며 김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화면 구도만으로도 문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김 위원장의 경우에는 그동안 ‘폐쇄적인 독재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지도자라는 느낌이 세계인에게 전해졌습니다. 이미지는 만들면서 대화의 내용은 보장이 되는 ‘공개 아닌 공개 같은’ 회담인 셈이죠.

이번 회담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TV 생중계의 힘이었습니다.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큰 의미가 부여되고 평양냉면이라는 말 한마디에 시중 냉면집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등 수많은 화제가 생성됐던 것은 TV를 통해 모든 과정이 생중계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고도로 정제된 화면만을 마주했던 시청자들은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할 방도가 전혀 없는 생중계의 힘과 파격적인 감동을 진하게 느꼈습니다.

방송은 날이 갈수록 ‘진짜’를 원하고 있습니다. 교양이나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이나 드라마도 ‘리얼리티’ 즉 진짜 같음을 강조합니다. 방송인 이경규는 “예능의 끝은 결국 다큐멘터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지요. 이러한 리얼리티의 꼭짓점이 생방송이고, 이번 회담은 진짜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회담을 주최한 입장에서도 진정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생중계를 택했습니다. 자칫 모험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은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이 감동을 어떻게 글로 전달해야 할까. 무언가를 글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신문기자이다보니 이 같은 상황은 막연한 질투와 무력감 비슷한 감정마저 자아냈습니다.

이번 회담은 방송 미디어가 역사의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우리의 과거 역사는 주로 흑백사진이나 고문서 속의 글로 저장돼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역사는 이렇게 같은 시간 모두의 뇌리에 살아 숨쉬는 모습으로 더욱 또렷이 전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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