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의 말단(末端)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싹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평화와 통일의 씨앗이 판문점에서 뿌려진다. 이 싱그러운 대열에서 엉덩이 흔들면서 급기야 꽥꽥대고 싶다. 누구도 망가뜨릴 수 없는 저 줄의 말단이라도 그저 따라가고 싶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