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예능 베끼기, ‘상도의’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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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TV]예능 베끼기, ‘상도의’도 없나

입력 2018.04.23 14:37

  •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4월 둘째 주 방송가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마치 비유를 하자면 인기있는 맛집에서 전속 요리사가 나와 또 다른 맛집을 바로 옆에 차린 것과 비견된다고나 할까요. 지난 2월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의 <주간아이돌> MC 정형돈과 데프콘이 프로그램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들은 2011년 8주짜리 시즌으로 기획됐던 프로그램을 K팝 대표 예능으로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들은 4월 초 마지막 방송을 하고 프로그램을 떠났습니다.

MBC 에브리원

MBC 에브리원

그리고 후임으로는 방송인 겸 가수 이상민과 개그맨 유세윤, 개그우먼 김신영이 합류했습니다. 바뀐 MC 체제로 첫 방송을 한 바로 다음날 종합편성채널 JTBC는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그 내용에는 ‘정형돈과 데프콘이 JTBC의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 <아이돌룸>을 5월에 론칭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 상황은 조금이라도 방송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할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갑작스럽게 하차가 결정된 프로그램의 MC가 곧바로 다른 채널에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조금 더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전 <주간아이돌>의 연출자 역시 <아이돌룸>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사이에는 논란이 분분합니다. MBC에브리원 측에서 출연진이나 제작진들에게 부당하게 대했을 것이라는 추측, 양측에 갈등이 오랫동안 쌓여 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을 7년간 진행하다 바로 방송사를 옮겨 비슷한 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 게다가 새로운 진용을 짜고 방송을 한 이튿날 보란 듯이 보도자료를 내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습니다. 2010년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되던 먹방 프로그램 <식신원정대>는 제작사와 MC 정준하-김신영이 하차하면서 당시 케이블채널 YSTAR의 프로그램 <식신로드>의 탄생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MC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결국 <식신원정대>는 6개월 만에 종영의 비운을 맞은 반면 후발주자인

<식신로드>는 네 시즌째 순항하면서 극명한 대비를 이뤘습니다.

우리 예능은 그동안 하나의 히트 콘텐츠가 나오면 여러 방송사에서 이를 우후죽순 베껴 만드는 모습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단순한 베끼기 수준이 아니라 똑같은 출연자와 제작진이 무대를 바꿔 이전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심각한 상도의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돌룸>의 내용을 봐야 좀 더 알 수 있겠지만 한 채널을 대표하던 프로그램의 형식과 MC를 그대로 가져와 절묘한 타이밍에 홍보에 나서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프로그램과 진행자, 방송사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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