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먼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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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먼 창

입력 2018.04.23 14:37

  • 신용목(1974~ )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 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모든 것이 형체를 잃는 어둠 속에서 한 장의 벽돌이 깨지는 것처럼 불이 켜진 방의 창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시인의 눈길은 어떤 ‘슬픔의 오래된 습관’일까. 어스름 저녁 하나 둘 켜지는 불빛을 보는 나의 무관심한 오래된 습관.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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